[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국내 증시가 반등에 나섰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15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선물시장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매수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장기적 상승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7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국내 주식 476억원어치를 팔아치우고 있다. 전날 개인과 기관이 각각 3036억원, 2140억원 순매수하고 이날도 개인이 549억원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전날까지 14거래일 동안 총 3조1867억원어치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판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순매도 규모는 총 5200억원이다. 이어 삼성전자(-3138억원)와 SK텔레콤(-1561억원), 아모레퍼시픽(-1226억원), 포스코(-944억원), LG생활건강(-848억원) 등 주로 대형주 위주로 팔아치웠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는 3년 7개월 만에 52주 신저가(103만3000원)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외국인은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에서는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이 장기적으로 증시가 반등하는 것에 배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지난 21일부터 전날까지 나흘째 코스피200선물에 대해 '사자'를 보이고 있다. 이기간 누적 순매수 규모는 2만8627계약이다. 중국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24일 외국인 지수선물 순매수 규모는 1만8914계약으로 하루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수옵션 역시 대규모 상승 배팅을 시현중이다. 최근 3일간 풋옵션 순매도 규모는 1929억원, 콜옵션 순매수 규모는 241억원에 달한다. 높은 변동성 확보를 위한 변동성 매도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지만 지수선물과 연계해 상승 배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 급락과 전날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관점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동향은 매우 긍정적으로 형성됐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선물 옵션 방향성은 상당한 수준의 반등이 가능함을 기대하는 배팅"이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하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반등시 그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부메랑도 존재한다"며 "특히 현물의 지속적 매도세가 개선돼야 본격적인 반등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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