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는 골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고수와 하수가 구분된다. 프로골퍼들은 실제 "벙커보다 러프가 더 어렵다"고 한다. 벙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해프닝을 용어와 함께 소개한다. 먼저 식탁에서 자주 접하는 '프라이드 에그 (fried- egg)'다. 모래에 파묻힌 공이 계란 노른자처럼 보여 붙여진 명칭이다. 다른 말로는 '베리드 라이' 또는 '플러그드 라이(A fried egg-lie also called buried or plugged lie)'다.
벙커에서 "이것 좀 봐! 프라이드 에그 라이네. 정말 싫다(Look! It's a fried-egg lie. I hate it)"라는 한숨이 섞인 푸념을 들을 때가 있다. 프라이드 에그 라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클럽페이스를 오히려 약간 닫고 모래를 내리쳐 긁어내듯이 다운스윙을 해야 한다(When hitting the ball out of a fried-egg lie, set the club face closed and hit down into the sand on the downswing).
최악의 상황은 '홈런 샷(home run shot)'이다. 야구에서 최고의 순간이지만 골프에서는 아웃오브바운즈(OB)나 러프 아니면 반대편 벙커로 들어가 스코어를 망치는 원인으로 직결된다. 공을 직접 때려서 발생한다. 미국인들은 홈런 샷을 치고나면 "Oops! It's a home run!"이라고 탄성을 지른다.
벙커 턱은 립(lip)이다. 공이 깊은 벙커의 턱(lip) 밑에 있을 때는 적어도 1타 이상을 까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내 공이 바로 벙커 턱 아래에 있다. 턱이 너무 높아 빠져 나올 수가 없네(The front lip of the bunker is very high. I have no chance of getting out)"라는 표현은 항아리벙커가 산재한 스코틀랜드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턱이 낮고 평탄해 퍼터를 써야겠어(The front lip is low and flat, so I'll use a putter)"라는 대화도 들을 수 있다. 골프유머에 벙커를 싫어하는 5가지 이유가 있다. 야한 표현이지만 긴장감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즐겁게 한다. 물이 없고(No Water), 풀이 없고(No Grass), 건드리지도 못하고(No Touch), 너무 크고(Too big), 누구의 공이든 마다하지 않는다(Too Generous)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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