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북한이 21일 오후 4시 북한의 제의로 22일 오후 극적으로 대화에 합의했지만 우리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군은 북한군의 포격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발령한 최고 경계태세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군은 남북간 대화 중에도 도발을 걸어올 수 있기 때문에 군은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다.
특히 합동참모본부는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에서 '2'로 한 단계 더 격상해 북한군 동향을 정밀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치콘 2'는 북한의 도발 위협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취해지는 단계이며 첩보위성과 정찰기, 지상 정찰장비 등을 총동원해 대북 정보 분석과 감시활동을 강화하게 된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철거요구 시한(22일 오후 5시)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근처로 76.2㎜ 평곡사포(직사화기)를 일부 전개했다. 이 직사화기는 확성기 타격에 동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군은 분석하고 있다. 이어 북한군 전방지역의 포병부대에서 갱도 속의 포를 밖으로 전개하고, 소속 부대(주둔지)에서 즉시 사격할 수 있는 개활 진지로 포를 이동시켜 사격준비를 마친 포병부대도 다수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뢰 도발에 따른 우리의 응당한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남북한 양측이 고위급 접촉 논의를 하던 전날 밤과 이날 새벽에도 군은 11개 지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포격도발 직후 국방부에 보낸 전통문에서 이날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며 이에 불응하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자 북한은 전방 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면전'까지 거론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미 공군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한 시한인 이날 전투기 8대를 동원해 한반도 남측 상공을 비행하는 대북 무력시위 기동을 벌였다. 우리 공군 F-15K 4대와 미 7공군 소속 F-16 전투기 4대 등 8대가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무력시위 비행을 했다. 이들 전투기는 정오께 강원도 동해 해상에서 서로 만나 경북 예천 북쪽 수십㎞ 축선에서 서쪽의 경기 오산으로 오후 1시까지 편대 비행을 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비행은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도발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무력시위"라며 "북한이 충분히 위협을 인식할 수 있는 경로로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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