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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줄잇는 외부 훈수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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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서 고용문제 등 개정안 발의…물가안정 등 고유업무에 부담 가중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의 기능과 조직에 대한 외부의 훈수가 잇따르면서 한은맨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은의 정책목표와 금융통화위윈회 조직개편 등 민감한 내용들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새누리당)은 전날(11일) 한은법 1조 3항에 '고용안정'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한은법 1조 1항은 물가안정, 2항은 금융안정이다. 금통위원의 임기를 달리하고 인원도 늘리는 내용의 의원입법도 잇따랐다. 지난 7일 박원석 의원등은 정부 추천 위원 2명 임기를 4년에서 3년으로 1년줄이자는 개정안을 냈다. 앞서 6월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한은 총재 추천 몫(1인)과 금융투자협회장 추천 몫(1인)을 늘려 금통위원을 2명 더 늘리자는 법안을 냈다.

한은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용안정이 추가될 경우 '물가안정'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책무가 여러 개 있으면 그 사이 상충관계도 작용할 수 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2011년 금융안정 목표가 추가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용안정 목표까지 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불만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고용이라는 책무가 주어진다면 그에 맞는 규제감독 기능 등의 수단도 부여받아야 하는데 금리 외에 다른 수단을 주지 않아 한은의 부담만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문제를 명시적 정책목표로 다루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외면한 것은 아니라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마땅한 수단이 없기는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고용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기본적인 한은의 목표와 상충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중앙은행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연준에서 최대고용(maximum employment)을 목표로 삼은 걸 보면 정치권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면서도 "물가안정이나 금융안정 목표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반 논의를 꼼꼼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의 임기를 달리하고 금통위원 수를 늘리자는 논의도 실효성이 높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은 고위관계자는 "금통위원이 꽃보직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높은데 인원을 더 늘리게 되면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커질 수 있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금통위원 이 각각 1/n 역할을 하기보다 집행부의 권한이 더 크게 작용할 때도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지나치게 보신주의적인 한은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은 내부적으로 민감한 조직개편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하기보다는 외부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한은 내부에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어 공무원집단보다 더 공무원 같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정치권의 개정안이 현실과 맞지 않더라도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중앙은행의 역할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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