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술교류 특별전 참관한 중국 독립큐레이터 쩡나
자연환경 빼어나고 지리적 이점
獨 카셀처럼 세계적 미술도시 가능
[제주 =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아시아 화가들이 제주에서 뭉쳤다. 서구 중심의 미술문화를 극복하고, 아시아 현대미술의 매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한국. 제국주의의 강점을 경험한 아시아 6개국에서 작가 20여명이 특색있는 작품을 출품했다. 제주에서 열린 첫 아시아미술교류전이다.
'아시아, 아시아를 이야기하다' 특별전이 열린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에 개막식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방문했다. 전시장 두 개 층 전관에 걸린 그림 70여 점 속에 아시아의 역사, 신화, 종교, 자연, 삶과 사회상이 녹아 있었다. 마침 이날 미술관에서 가까운 한옥에서 전야제가 열렸다. 참여 작가들과 전시 기획자, 국내외 미술인들이 참석했다. 이 중엔 중국 작가들과 함께 제주를 찾은 독립큐레이터 쩡나(43)씨도 있었다. 그는 지난 2008년 중국 베이징의 예술촌 '쑹좡' 아트페스티벌을 기획한 인물로, 지난해까지 광둥미술관 기획부의 부주임으로 일했다.
쩡나 씨는 이번 전시에 대해 "아시아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잘 담았다. 작품마다 개연성을 잘 살렸다. 감동했다"면서 "베니스비엔날레(이탈리아)나 카셀 도큐멘타(독일) 등 세계적인 미술전이 서양에서 열리는데, 동양에서 동양작가를 선정해 주체적으로 기획한 데 의미가 있다. 중국에도 광저우 트리엔날레, 상해ㆍ북경 비엔날레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미술이 어떤 식으로 아시아적 정체성을 드러내는가"라는 질문에 "애국, 민족주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성찰도 필요하지만, 어떤 사회를 겪은 개인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미술과 더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제주는 중국 예술가들이 부동산을 구입해 아틀리에를 짓는 등 관심을 많이 가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무비자로 매일 운항되는 항공편과 편리한 교통,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의 유명작가 펑정지에(47)는 지난 2013년 제주현대미술관과 맞닿아 있는 저지리예술인마을에 자신의 작업장을 짓고 전시도 열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중국작가가 일곱 명으로 가장 많다.
쩡나씨는 "제주도는 왕래하기 좋다. 이곳에 아시아비엔날레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사진전처럼 장르를 특화해서 제주의 브랜드를 지닌 미술 행사여도 좋을 것 같다. 독일 카셀은 작은 도시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미술도시가 됐다"고 했다.
제주현대미술관도 이번 전시를 계기로 정기적인 아시아미술교류전을 구상할 예정이다. 내년을 목표로 쩡나씨 등 중국 미술인들과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미술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쩡나씨는 "백두산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관련된 산이며, 근처에 중국의 미술관이 있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데 완료되면 한ㆍ중 교류전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 =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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