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방장관 등이 방한하면 우리 군은 예우를 갖춘다. 바로 의전행사다. 의전행사는 우리 군의 전통성을 한눈에 보여주고 다른 나라 군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의전행사를 이끄는 이들이 바로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장대대 장병들이다. 절도있는 행동과 옷맵시는 행사에 참여한 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아버린다. 의장대대 장병들의 화려한 모습을 보기 위해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내 연병장을 찾았다.
의장대대 훈련에 동참하기 위해 기자는 해병대 의장복장을 갖춰 입었다. 하지만 어릴적 아버지 옷을 입은듯 크게 느껴졌다. 장병들은 옷이 너무 크다고 투덜거리는 기자에게 의장대대에 합류하려면 키가 180cm이상은 되야하기 때문에 옷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기자의 무안함도 잠시였다. 일반 군복과 달리 의장대대의 옷에 달린 화려한 장식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잘 다림질이 된 군복의 촉감은 뻣뻣했고 어깨에 주렁주렁 달린 휘황찬란한 문양에 마냥 어색했다.
이날 훈련은 의장대대 장병 총 90여명 중 육ㆍ해ㆍ공군ㆍ해병대 각군 장병 2명씩과 여군 2명 등 총 10명과 함께 했다. 의장대대에 기자가 합류하려고 하자 의장대대 김형수 통합교관(중사)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기본기를 먼저 배우라고 했다. 기본기를 익히지 않으면 합류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본동작인 한 손으로 소총돌리기를 먼저 시작했다. 소총돌리기는 각 군마다 방식이 틀렸다. 육군과 공군은 45도 각도로 소총을 기울인 상태로 돌리지만 해군과 해병대는 소총을 90도로 세워 돌렸다. 각 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는 것이 관계자의 귀뜸이다.
해병대 복장에 맞게 소총을 세워 돌려보기로 했다. 2.5kg에 불과한 소총을 적어도 3~4회는 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개머리판을 힘차게 돌렸다. 기대는 한 번에 무너졌다. 소총은 손바닥에서 손등을 타고 돌아야 하지만 반바퀴도 돌지 못하고 바닥에 뒹굴고 말았다. 소총 끝에 달린 검이 군화 옆을 내리꽂히자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병들은 기자보다 군인에게는 분신같은 소총을 더 걱정하는 것 같아 얄밉기까지 했다.
의장대대 관계자는 의장대대 신병의 경우 매일 7시간씩 3개월 이상 연습을 해야 공식행사에 합류할 수 있다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제자리 동작뿐만 아니라 의장대대는 움직이며 다양한 동작을 하기도 한다. 기본대형부터 태극기대형, 국방부대형, 충성대형 등 6가지 대형을 모두 몸에 익혀야 한다.
소총돌리기는 각 군마다 방식이 틀렸다. 육군과 공군은 45도 각도로 소총을 기울인 상태로 돌리지만 해군과 해병대는 소총을 90도로 세워 돌렸다.
옛 장수들이 전장에서 입었다는 갑옷인 갑주(甲胄)는 투구, 손목에 차는 비갑 등 8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옛 장수들이 전장에서 입었다는 갑옷인 갑주(甲胄)는 투구, 손목에 차는 비갑 등 8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어지는 총검술 기본 훈련. 기자가 고등학교시절 교련시간에 배웠던 총검술 16개동작 시범을 장병들에게 보여주자 비슷한 원리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잠시였다. 30분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했지만 옆사람과 동작을 맞추기는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 구령에 맞춰 총검술을 따라해봤지만 순서를 잊는 것은 물론, 속도도 맞출 수 없었다. 결국 기자는 두손 두발을 모두 들고 말았다.
의장대대 김광영 병장은 "의장대대는 한국군을 대표해 의정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며 "대국민행사에서 관람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엔 전통의장대대 훈련에 도전해봤다. 첫 관문부터 만만치 않았다. 옛 장수들이 전장에서 입었다는 갑옷인 갑주(甲胄)는 투구, 손목에 차는 비갑 등 8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갑주를 입자마자 이마에는 땀방울이 메치기 시작했다. 훈련장으로 나오자 10kg가 넘는 갑주도 무거웠지만 32도가 넘는 날씨에 숨이 턱턱 막혔다.
총 45명인 전통의장대대는 기창, 검법, 교전 등 무예별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의장대대에 입대한 장병들은 권법을 먼저 익힌다. 이후 곤(棍)과 봉(棒)을 익히고 무예를 배운다. 이 기간만 최소 6개월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전통의장대대 장병들의 무예를 가리키는 남희종 사범은 장수들의 진검을 기자의 손에 쥐어줬다. 소총끝에 달린 검과는 느낌이 달랐다. 남 사범은 "일반인들은 군사무예를 보며 화려하게만 생각하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적을 제압하기 위한 자세"라고 설명했다.
장수들이 기본적으로 서 있어야 할 자세부터 배웠다.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지만 방어는 기본이었다. 기본자세는 적을 향해 칼날은 세운 단순한 동작처럼 보였지만 측면에서 사람이 부딪혔을 경우, 뒤에서 적이 나타날 경우, 적이정면에서 공격할때 역공격으로 방어를 해야 경우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자세였다. 기본자세 하나를 놓고 20분내내 설명을 들었다. 갑주 안에는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됐고 투구안에 머리는 땀으로 머리를 감은 듯 했다.
전통의장대대 방우현 상병은 "전통무예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어느 훈련 못지 않게 힘든 과정"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군생활을 떠나 너무나 값진 시간"이라고 말했다.
훈련을 마치고 갑주를 벗으니 30도를 넘는 기온도 마냥 시원하기만 했다. 군무예의 전통을 이어가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여름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의장대대야 말로 최전방 외교관인 셈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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