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에 정부, 정치권 개입
6일 당정회의…재벌 구조 개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에 재계도 부담
현안 산적한데 갈수록 첩첩산중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이광호 기자, 김현정 기자]롯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외부 변수가 속출하면서 롯데그룹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롯데 사태에 직접 개입할 것임을 밝혔다.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의 경영권 2세 승계 문제와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롯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부담스럽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이 경영권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되는 가운데 롯데 오너 일가가 돌발 변수들을 어떻게 대처할 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 손 떠난 경영권 분쟁=국세청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까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겨냥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6일 관계부처와 함께 순환출자 등을 포함해 롯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당정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순환출자 고리의 대부분이 롯데인 것을 감안해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법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기존 순환출자 정리) 해당되는 그룹들이 대부분 정리한 거 같다"며 "정확하게 아직 파악은 안돼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한번 점검해보자는 취지"라고 전제했다.
공정위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지난달 말 롯데측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기업집단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주주 및 출자 현황)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이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해외계열사를 포함한 전체적인 소유구조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정위가 주주들에 대한 자료를 내놓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특수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정위 요청에 대해 적법한 절차나 내용의 답변을 준비해서 응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만 90%에 가까운 물량을 수주하는 광고 계열사다. 통상적인 조사라고 하지만 시기적인 점을 볼 때 자칫 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탈세조사로 확대될 조짐마저 제기된다.
검찰도 롯데쇼핑과 롯데마트 등을 상대로 진행해온 자금수사에 이어 롯데그룹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경영권 분쟁을 넘어선 이후에도 검찰 국세청 등 사정당국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매운동 확산될까 초긴장=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도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 대한 불매운동과 소상공인 업소에서 롯데카드 거부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롯데 오너 일가는 미미한 지분으로 기업을 개인 소유물로 전락시켰다"고 규탄했다. 연합회는 골목상권에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퇴출될 때까지 불매 운동과 소상공인 업소에서 롯데카드 거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소비자원도 롯데 전 계열사를 향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금융소비자원은 "롯데 사태는 국내 재벌의 비양심적 작태를 드러낸 단면으로 국내 재벌이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등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은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 블로거 31******는 "일본 기업 불매가 답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포털 블로거 ki******는 "누가 경영권을 얻든 롯데 이미지 타격은 상당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불매운동이 확산될까 우려하면서도 '롯데=일본기업' 이미지 탈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불매운동 움직임에 대한 추이를 살피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 빠른 시일 내 봉합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反 신동빈파 오너일가는 두문불출=오너 일가 경영권 다툼이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외부 일정과 폭로전을 삼가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반 신동빈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 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롯데호텔에 머무르면서, 신 총괄회장의 곁을 지키고 있다.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의 곁을 지키면서 세집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롯데그룹 사장단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만큼, 자신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의 추가적인 명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제까지처럼 아버지의 뜻만 얻으면 무리없이 경영복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상황이 예상밖으로 전개되자, 뚜렷한 묘수는 없이 일단 국내에 머물면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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