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37곳 롯데계열사 사장단 성명서 발표
"리더로서 경영능력 검증된 신동빈 현 회장 적임자"
그룹 이미지 추락·반 신동빈 라인에 대한 위기감 겹쳐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 최서연 기자]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사장단이 긴급회의를 열어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사태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그룹 이미지가 추락하자 사장단이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선 것이다.
4일 롯데그룹 계열사 37곳 사장단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한시간 가량 긴급 회의를 열고 대국민 사과 및 사장단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사장단은 롯데그룹 설립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존경심이 변함없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리더로서는 경영능력이 검증된 신동빈 현 회장이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사장단이 자발적으로 꾸린 이번 회의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를 비롯해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 37개 주요계열사 사장단이 모였다. 신동빈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사장단 대표로 결의문을 직접 작성한 노 대표는 "우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작금의 사태가 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회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명서 낭독을 통해 그는 "롯데그룹은 특정 개인이나 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모든 고객, 주주, 파트너사 및 18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함께 하는 기업"이라며 "롯데그룹의 모든 회사는 국민과 더불어 성장해온 대한민국 기업이고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롯데그룹 설립자로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신격호 총괄회장께 경의를 표하고, 사장단의 존경심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롯데그룹을 이끌어 갈 리더로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사실과 상식에 반하는 일련의 사건들로 국민들과 전 임직원에 걱정을 끼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사장단이 직접 나선 것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을 비롯해 친인척 일가가 똘똘 뭉쳐 반 신동빈 노선을 걷고 있는데 따른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칫 현 체제가 무너질 경우 계열사 임원단 전체가 물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공개된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에는 과거 그의 복심으로 일컬어졌던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까지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성명서 발표자로 나선 노병용 대표 역시 신 총괄회장을 오래 모신 '원조가신'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실제 이날 노 대표는 "신동주 체제가 새로 정립되면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 "대답하기 적당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번 사장단 성명서로 그동안 독자노선을 걸어왔던 신동빈 회장 측은 큰 힘을 얻게 됐다. 이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나친 공중파TV 플레이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신 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신 회장은 오후께 계열사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 현장을 돌며 직접 임직원들을 독려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전날 일본에서 귀국해 신 총괄회장을 방문한 직후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찾았다. 신 전 부회장과 달리 본인의 경영체제가 확고함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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