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지난해 주식시장 부정행위와 관련해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벌금 규모가 2013년의 세 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내부자 거래 등 기업 부정 행위를 단속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려는 CSRC의 노력 덕분에 벌금 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CSRC가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CSRC가 거둬들인 벌금은 1억1300만달러에 달한다. 2013년에 비해 280%나 증가한 수준이다. CSRC는 주가 조작, 내부자 거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한 수익 확보 등에 대한 무관용과 엄중 조치 때문에 벌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CSRC의 벌금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미국이나 영국 감독당국이 부과하는 벌금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CSRC의 시장 정화 노력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펀드운용사 컴제스트의 에밀 볼터 투자자문은 "규제를 무시하는 행위에 더 혹독한 결과를 부과하면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 조사업체 체룰리 어소시에이츠의 윤 응 이사도 "벌금의 규모가 너무 작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CSRC는 필요하다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업체 Z-벤의 크리스 파워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은 만연해있는 내부자 거래와 CSRC의 감시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악명이 높았다"며 "CSRC는 지금 투자자들에게 내부자 거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CSRC는 지난해 의심스러운 주식거래 74건을 공안부에 인계했다. 이는 전년대비 76% 늘어난 것이다. CSRC가 공개적으로 조사한 건수는 10% 늘어난 488건을 기록했다. CSRC는 주식 거래를 금지시킨 개인은 31명이었으며 이중 10명은 시장에서 영구 퇴출됐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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