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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집 짓고 나무 때는 오스tree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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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초점과 맥락…신간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나무집 짓고 나무 때는 오스tree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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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나무는 아낌없이 준다. 꽃을 피워 우리 눈을 즐겁게 하고 찾아 날아든 벌과 나비에게 꿀을 준다. 그늘 아래 쉴 터를 제공하고 열매를 맺어 들짐승과 날짐승, 인간까지 먹인다. 잎을 땅에 떨궈 토지를 비옥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동안 몸통을 벌레와 새의 서식처로 내준다. 목재는 가재도구와 건물, 선박의 자재로 쓰인다. 잘려서는 장작으로 패여 땔감이 되기도 한다. 또는 버섯한테 제 몸을 파먹힌다.


오늘도 나무는 아낌없이 베푼다. 그러나 인간은 예전보다 나무를 덜 활용한다.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가 널리 보급되고 이 연료와 우라늄에서 뽑아낸 전기가 산골까지 보급된 게 첫째 요인이다. 둘째 석유화학 제품과 금속, 콘크리트 소재가 목재를 대체했다.

숲이 우거진 선진국에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화석연료의 한계와 원자력의 위험이 대두되면서 목재가 연료 및 소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 목재 경제 선진국 오스트리아= 목재 활용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오스트리아다. 남한 국토의 약 83% 면적에 자리 잡은 인구 약 820만인 이 선진국은 에너지의 10%를 목재에서 조달한다고 이 책은 전한다. 오스트리아는 목재를 태워 요리와 난방에 쓰고 발전한다. 가공해 강도를 키운 목재로 철골을 대체해 건물을 짓는다.

오스트리아는 일찌감치 원자력 제로를 선언했다. 1970년대에 원자력발전소를 완공했지만 원전 반대 여론을 수용했다. 에너지원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써왔지만, 러시아는 종종 밸브를 잠그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스트리아는 에너지 자립을 모색하면서 풍부한 삼림에 눈길을 돌렸다.


오스트리아가 목재 소재 펠릿 보일러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이다. 펠릿은 톱밥 같은 작은 나뭇조각을 압축해 만든 연료를 가리킨다. 장작 스토브 제조회사 빈트하거가 펠릿 보일러를 생산한다. 2011년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펠릿 보일러가 연간 1만여대 팔린다. 빈트하거는 "판매대수를 5년 뒤인 2016년까지 연간 3만5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1년 석유보일러 판매대수와 같은 규모다.


펠릿은 석유처럼 탱크로리로 운반돼 각 가정에 공급된다. 탱크로리는 호스를 가정집 주입구와 연결한 뒤 펠릿을 저장고로 뿜어준다. 저장고의 펠릿은 보일러로 빨려 들어간다. 집주인은 난방이나 온수 온도만 설정하면 나머지 일은 보일러가 알아서 한다. 보일러가 전자동으로 필요한 만큼 펠릿을 가져다 태운다.


오스트리아는 목재를 가공해 철근이나 콘크리트 못지않게 단단한 자재를 개발했다. 직교적층소재(CLTㆍCross-Laminated Timber)라는 자재다. CLT는 나무를 결에 따라 가로 세로를 번갈아 겹쳐 만든다. 이렇게 하면 강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CLT는 1990년대에 독일 회사가 고안했고 2000년경에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냈다.


이 책은 빈 교외 7층짜리 건물이 거의 전부 CLT로 지어지고 있었다고 전한다. 골조는 물론, 벽도 바닥도 천장도 목재였다. 엘리베이터 주변 일부에만 콘크리트가 쓰였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9층 건물까지 CLT로 올릴 수 있다. CLT로 지은 목재건물은 지진도 잘 견딘다.


목재 경제의 기반 시설이 제재소다. 펠릿은 제재소에서 목재를 가공하고 남은 부스러기를 활용해야 채산성이 있다. 펠릿을 만들기 위해 목재를 쪼개고 부수면 원가가 올라간다.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제재소 마이오 멜른호프는 목재를 연간 130만㎥ 공급한다. 나무를 목재로 가공하고 부산물로 펠릿을 만들어 판매한다. 자체적으로 펠릿을 연료로 발전소를 가동해 전력도 공급한다.


오스트리아는 세계 최대 임업기계 전시회인 오스트로포머를 4년마다 개최한다. 산 하나가 통째로 전시장이 되고 세계 1000개사가 참가한다. 다음 전시회는 2019년에 열린다. 목재가 더 활용됨에 따라 임업기계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년 잃어버린 일본의 희망가= 일본에서 2013년 5월에 나온 이 책은 일본총합연구소 조사부 주석(主席)연구원인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와 NHK히로시마 취재팀이 함께 썼다. 원제는 '이산자본주의(里山資本主義)'다. '이산'은 '마을 숲' '마을 산'을 뜻한다. 국내에는 '산촌자본주의'로 번역됐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앞서 2011년 취재를 거쳐 2012년 NHK 다큐멘터리로 방송됐다.


이 책은 주로 일본 산촌의 목재 경제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일본의 에너지 가운데 목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0.3%로 오스트리아의 100분의 3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고려할 때 일본의 사례는 꼼꼼히 읽지 않아도 된다.


세계경제를 강타한 비우량 주택담보채권 사태의 원인과 전개, 대응, 그리고 산촌자본주의를 기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하는 대목도 사실과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목재 경제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산촌자본주의가 보급되면 에너지ㆍ식량 자급률이 대폭 높아지고 국가부채가 감소하며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일본답고 일본의 공영방송답다.


(책 정보)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동아시아, 328쪽, 1만5000원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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