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흑린 이용 2차원 반도체 소재 발굴 성공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흑린을 이용해 고성능 반도체 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흑린은 인 원소로 구성된 2차원 물질로 겉보기에 검정색을 띈다. 그래핀처럼 2차원 층 구조를 이루고 있고 두께 역시 원자 한 개 층 수준이다.
국내 연구팀이 흑린을 이용해 새로운 2차원 반도체 소재를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또 흑린이 2차원 반도체 소재 중 전자이동도가 가장 큰 물질이라는 점도 최초로 밝혀냈다. 미래형 웨어러블 전자기기나 투명 디스플레이 등을 구현하려면 휘어지고 늘어나면서도 성능은 뛰어난 전자소자 개발이 필수이다. 이런 흐름에서 이번 연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리콘 이후 차세대 전자소자를 만들 소재로 그래핀과 이황화몰리브덴 등 2차원 물질이 꼽히고 있는데 최근 흑린(black phosphorus)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흑린을 박막으로 변환해 반도체 소자에 적용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돼 왔는데 번번이 한계에 부딪혔다. 흑린은 공기와 반응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성질이 불안정해 반도체 성질을 갖도록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흑린의 박막 두께가 두꺼워지면 전자 제어(N형) 뿐만 아니라 정공 제어(P형)도 가능한 N-P 접합형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접합 금속과 두께 제어를 통해 n형, p형 운반자를 갖는 반도체 박막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나노구조물리연구단(단장 이영희) 연구팀과 성균관대학교가 공동으로 이번 연구를 이끌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에 7월 30일자(논문명:High-performance n-type black phosphorus: type control via thickness and contact-metal engineering)에 실렸다.
이영희 단장은 "실리콘처럼 아주 흔한 물질인 흑린을 새로운 2차원 나노물질 박막소재로 쓸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대면적 합성 기술 개발이 실용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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