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고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중국시장 점유율 순위는 샤오미ㆍ화웨이ㆍ애플ㆍ비보 다음인 5위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달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 급감했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현지 업체의 약진으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또 중국 경제가 크게 둔화되어 현지 사업 환경이 바뀐 것도 원인이다. 이제 저렴한 원가의 가공 수출, 우대정책 활용 및 정부관계 강화 등 과거 중국 진출 기업의 성공 공식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대규모의 저임금 노동력은 중국의 최대 매력이었다. 하지만 급증하는 임금과 환경규제로 인해 생산원가가 상승했다. 지난해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500달러를 넘었다. 2007년의 2.8배다. 같은 기간 중국의 도시노동자 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12.5%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생산해 세계시장에 내다 팔던 방식은 설 자리를 잃었다.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20년 넘게 외국기업에 세금감면, 토지임대 지원 등 다양한 특혜를 제공했다. 국내기업의 소득세율은 33%에 달했지만 외자기업은 최저 15%의 우대세율을 받았다. 하지만 2007년 3월 세법을 개정해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에 25%의 동일 세율을 적용했다. 향후 외국기업에 제공했던 특혜는 대부분 없앨 예정이다. 따라서 우대정책을 바라고 중국에서 사업하기는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공산당 정부와의 관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중국 정부가 9000만에 육박하는 공산당원을 기반으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언론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득이 많이 늘어난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 정부의 투명성도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관계보다는 정책 방향을 빨리 읽고 소비자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국 사업의 성공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의 정책 방향은 '산업구조 고도화' '혁신과 창업' '글로벌화'다.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달성하기 위해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고 제조업 수준을 높이려 한다. 지난 5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수립해 2025년까지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자유무역지역을 확대하고 외국기업의 시장 진입장벽도 낮춘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 플러스' 개념을 제시했다. 모바일과 빅데이터를 모든 산업과 융합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공장, 사물인터넷, 인터넷금융이 빠르게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혁신 기업을 많이 키우고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0~2014년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금융부문 제외)는 연평균 14.9% 증가했다. 중국은 현재 180개가 넘는 국가와 지역에 2만5000개가 넘는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도 글로벌화의 일환이다. 우리 기업은 해외로 나오는 중국 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여 글로벌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또 협력과정에서 이들 기업의 중국 내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소비자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현재의 중국 소비자들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소득이 늘었기 때문에 구매력도 크고 협상력도 강하다. 외국 브랜드만을 보고 비싸게 사지 않는다. 애국심으로 국산품을 애용하지도 않는다.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외국기업이나 현지 업체 모두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결국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한다. 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경쟁사보다 더 좋은 제품을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 고객을 세분화해 수요를 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진짜 중국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국기업과 글로벌 차원의 협력까지 하려면 영어도 잘하고 해외 경험도 많아야 한다. 앞으로 한국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러한 인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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