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힘을 모았다. 개혁개방 당시 목표를 제시해 2000년의 경제 규모를 1980년의 4배로 늘린다고 했다.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중국은 5년 앞당겨 1995년 이 목표를 달성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0년의 경제 규모를 2000년의 2배로 늘린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06년 중국의 경제규모는 2000년의 2.3배에 달했다.
2012년 11월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부흥의 길' 전시회를 보고 처음으로 '중국의 꿈(中國夢)'을 언급했다. 그리고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의 꿈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중국의 보도자료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꿈은 '두 개의 100년'과 '역사적 부흥'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 100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에 샤오캉(小康)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즉, 정치ㆍ경제ㆍ문화ㆍ지속발전 측면에서 국민이 만족하는 안정된 사회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이는 중등 소득 국가 수준이다. 두 번째 100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2049년)에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화목한 현대화 국가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진국에 도달하겠다는 비전이다.
역사적 부흥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진한시기(BC 221~AD 220)에 강대국으로 부상했고 당나라 시대(618~907년)에는 아시아 및 주변국가를 이끌었으며 19세기에는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 비중이 1위였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실행에 주력한다. 지난 3월에 '일대일로' 계획의 목표와 추진 절차 등을 발표했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도 주도한다. 5월에 발표한 '중국제조2025'은 5대 프로젝트(국가 제조업 혁신센터 구축ㆍ스마트 제조업 육성 등)와 10대 전략산업(차세대 정보기술ㆍ항공우주장비 등) 발전계획도 제시했다.
주목할 것은 '중국제조2025' 계획이 중국이 꿈꾸는 제조 및 혁신 강국의 첫 단계라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제조 및 혁신 강국을 3개 그룹으로 구분하는데 미국이 1위고 독일과 일본을 2그룹, 영국ㆍ프랑스ㆍ한국ㆍ중국을 3그룹으로 묶었다. 중국의 목표는 2025년까지 2그룹에 진입하는 것이다. 다음은 2035년까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며 세 번째 단계에서는 2045년까지 미국과 나란히 혁신강국으로 서겠다는 것이다. 이때면 건국 100주년 중국의 꿈에도 가까워진다.
과연 중국의 꿈은 실현될까.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3~5월 40개국 성인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 대답해 '확실치 않다'는 답변을 넘었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부가 분열되지 않고 또 강대국ㆍ주변국과 무력충돌이 없다면 중국 정부의 추진력과 자금력으로 볼 때 중국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슈퍼파워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다. 중국이 제조 및 혁신 강국으로 가는 과정에 우리 기업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벌써 통신 및 정보기기 경쟁력까지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주력산업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2013년 기준)에서도 반도체, 유무선 통신, 디스플레이의 중국 비중은 각각 19.4%, 40.5%, 28.5%로 모두 1위다. 반면 한국의 비중은 각각 8.9%(4위), 5.9%(3위), 15.3%(2위)이다. 이러한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제조 및 혁신을 꿈꾸는 중국이 우리의 악몽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및 국민이 비전을 갖고 힘을 모을 때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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