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승용]
‘중대한 사건·현행범 아니다…도주 우려 없다’ 판단해 검거하지 않아
피해자 “CCTV 영상확보” 수차례 요구…경찰, 뒤늦게 영상 확보하기도
심야 시간 술에 취해 귀가 중인 행인을 쇠파이프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비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더욱이 경찰은 사건발생 1주일이 지나도록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CCTV 영상을 확보하지도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으로만 조사를 진행, 가해자의 혐의를 밝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초동대처 부실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2일 오전 2시께 광주광역시 남구 노대동 전원주택단지 앞으로 귀가 중이던 A(42)씨는 K(25)씨에게 쇠파이프로 뒷머리 부분을 맞았다.
A씨는 이같은 사실을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관련 내용을 청취했다.
문제는 A씨가 “K씨가 자신을 폭행하고 가족들이 나와 자택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며 “집으로 들어간 가해자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A씨는 “가해자를 불러 달라”고 제차 요구하자 K씨 아버지가 “그러니까 네가 아들한테 맞았지”라고 경찰 앞에서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K씨가 A씨를 폭행한 사실을 K씨의 아버지가 목격했다는 간접적 증언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들은 경찰은 가해자를 현장에서 현행범 검거 및 체포도 하지 않은 채 A씨만을 데리고 효덕지구대로 이동했다.
특히 A씨는 “지구대로 이동해서도 경찰은 관련사건에 대해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경찰의 사고 접수와 처리에 대한 불신이 커져 광주지방경찰청 감찰실로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가 자기 주장만 한 것 같다”며 “진술서 작성을 지시했고 A씨가 작성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대한 사건도 아니고 현행범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며 “도주의 우려가 없고 체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피혐의자 신원만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A씨는 경찰에 “K씨가 쇠파이프로 폭행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CCTV 영상을 확보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확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부경찰 형사 3팀장(정무현 경감)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23일 효덕지구대로부터 관련 CCTV 영상을 건네 받았고 28일에도 현장에 나가 영상을 확보했다”며 “사건담당 형사가 병가를 내 수사가 잠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부경찰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효덕지구대는 “CCTV 영상은 형사계(경찰서)에서 확보하는 것이지 지구대가 하는 것은 아니다”며 “CCTV 영상 확보 및 경찰서에 보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남부경찰은 “28일 확보한 CCTV 영상을 분석, K씨가 집에서 긴 물체를 가지고 나온 것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그 물체가 쇠파이프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해자 혐의를 받고 있는 K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K씨에게 폭행을 당해 치아가 부러지고 두통과 울림현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는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치료를 요하는 진단을 받아 치료중이다.
문승용 기자 ms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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