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전용해변 개장 '양양 서피비치' 쌩초보 서핑 도전기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쪽빛 하늘과 망망대해 푸른 바다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대자연 속 수평선을 지나 파도가 출렁입니다. 원색의 슈트에 질끈 동여맨 머리가 바람을 가릅니다. 구릿빛 얼굴에 걸친 선글라스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가득 담았습니다. 세상은 오로지 자신과 파도를 넘나드는 보드 뿐입니다. 기다림 끝에 파도와 마주한 그 순간의 쾌감, 자유로움에 하늘과 바다가 온통 품속으로 안겨옵니다.
바다를 느끼고,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저 먼발치서 바라만 보거나,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자맥질을 하기도 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 바다의 추억들이죠. 하지만 올여름 색다른 짜릿함에 빠져보길 권합니다. 온몸으로 바람과 파도를 가르는 스릴 넘치는 치명적인 재미 말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부러움 속에 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던 서핑(Surfingㆍ파도타기)입니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 서퍼의 멋진 모습이 떠오르시겠죠. 이젠 부러워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직접 해 보면 될 일입니다. 국내 유일의 서핑전용 해변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양양 하조대 '서피비치'입니다. 해수욕객과 부딪힐 염려가 전혀 없는 서퍼들만의 공간입니다. 게다가 60년간 민간인 출입금지였던 군사지역을 풀었으니 청정한 바다와 해변은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사실 양양은 서핑의 메카다. 물론 서핑하면 떠오르는 하와이 해변의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국내파 서퍼들이 손꼽는 곳 중 으뜸이다. 지난 주말 서핑전용 비치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양양으로 향했다. 서핑에 도전해보고 싶은 '쌩초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거칠게 비를 쏟아낸다.
양양 하조대 북쪽 해변에 위치한 서피비치에 도착했다. 해변에는 파도가 거의 없다. 굳은 날씨에 해가 없어 해수욕을 하기에는 좋다. 반대로 말하면 파도를 타기에는 완전 꽝인 날씨란거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서핑의 매력은 기다림입니다. 그 기다림 뒤에 짜릿함과 자유로움이 몰려옵니다" 느긋한 표정의 이형주 서핑팀장이 걱정하지 말라며 말한다.
서핑을 위해서는 먼저 사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서피비치에는 20여명의 전문강사가 매일 3차례(10시ㆍ1시ㆍ4시) 교육을 진행한다. 슈트 등 복장을 갖춘 서핑 체험객들이 2m가 넘는 보드를 들고 해변에 모였다.
30여분의 강의가 시작됐다. 안전수칙부터 중심 잡는 법, 패들링(노젓기), 45도로 발 놓기, 일어서기, 파도를 보는 법 등을 배운다. 이 팀장의 진지한 설명과 달리 초보의 마음은 벌써 바다 위 파도를 누비고 있다.
잔뜩 먹구름을 품었던 하늘이 조금씩 쪽빛을 내보인다. 마음이 급해진다. 마침 바다도 출렁이며 파도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파도는 겨우 발목에서 무릎 정도 되는 높이다. 서퍼들에게는 파도도 아니지만 초보에게 그 높이가 아주 적당하단다.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만만해 보이던 파도였지만 안에서 맞는 파도는 밖에서 보던 그 파도가 아니다. 살짝 걱정이 앞선다.
기자의 걱정을 눈치챘는지 이 팀장이 살짝 귀띔한다. 물을 무서워하거나 수영을 잘하지 못해도 서핑을 즐기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수심이 얕고 바닥이 모랫바닥이어서 떨어지더라도 크게 다칠 염려도 없다. 슈트 자체 부력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자동으로 뜰뿐 아니라 강사들이 곁에서 지켜준다. 또 보드에 매달려 있는 '리시'가 발목을 잡아주니 바다에 빠지더라도 보드에 손을 짚고 올라오면 된다.
물위에 보드를 놓자 스르르 바닷속으로 밀려들어간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파도만 오면 된다.
보드에 엎드려 무게 중심이 되는 곳(가슴 위치)에 두 손을 올려 버틴다. "자, 옵니다. 패들링 준비." 강사가 보드를 살짝 밀어준다.(파도가 올 때 밀어주면 훨씬 더 편하고 쉽게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이어 "업, 업, 일어서~" 강사의 외침이 자장가 소리처럼 아득하게 들린다. 파도가 일렁이자 붕 뜨는 몸, 그리고 바닷물 속으로 풍덩 처박혔다. 파도의 속도를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다. 운동신경 좀 있다고 얕봤다 호되게 당했다.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괜히 서핑체험에 나섰나. 체험 안 해도 쓸 수 있는데….' 그래도 한 번 물에 담갔는데 보드 위에 서기는 해봐야지. 오기가 발동한다.
"서핑은 파도를 타는 것이 아니라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입니다." 힘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말처럼 안 된다.
"자~ 이번 파도 좋습니다. 갑시다~." 이 팀장의 말과 동시에 패들링 후 보드 위에 올라섰다. 중심을 잡는다. 앞발에 힘을 주고 45도를 유지한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편다. 수없이 물을 먹고 난 뒤 이뤄낸 첫 성공. 파도 위에서 살살 미끄러지는 느낌이 짜릿하다 못해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한 번 필(?)을 받자 연이어 성공한다. 하지만 배운 대로 몸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순서고, 자세고, 정신 없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물을 먹고 넘어져도 점점 파도가 주는 매력을 몸이 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서핑 체험에 나선 함정하(26ㆍ서울)씨의 표정도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 올라서서 물길을 가르는 쾌감은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서핑의 매력 같다"고 엄지를 세웠다.
파도를 향해 다시 나간다. 고꾸라지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횟수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파도의 움직임도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서핑의 생명은 파도다. 먼 해안에서부터 밀려오다가 한쪽부터 차례로 깨지는 파도가 서핑에는 최고의 파도다. 서퍼들은 이런 해변을 가리켜 '파도가 깨끗하다'고 한다. 이 팀장은 양양의 바다가 꼭 그러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양양에는 서피비치 외에도 많은 서핑숍과 죽도해변, 기사문 등 서퍼들이 즐겨 찾는 해변이 많다.
아무리 바다가 좋아도 서핑을 즐기기 위해선 "우선 기다림을 배워야 한다"고 그는 재차 강조한다. 파도가 깨끗해도 무조건 뛰어들어서도 안되지만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뒤에 오는 짜릿한 마력, 하늘과 바다를 다 품은 듯한 나만의 공간. 서핑전용 해변에서 맛본 인간과 파도의 황홀한 만남은 쪽빛 바다를 즐기는 색다른 해방구였다.
양양(강원도)=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해 동천IC를 나온다.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읍에서 한계령 방면으로 간다. 한계령을 넘어 동해고속도로 양양IC로 진입, 하조대IC로 나와 하조대해변으로 가면 서피비치가 있다. 문의 070-4279-6678
△먹거리=양양에서 한계령 쪽의 범부리에 있는 범부막국수(033-671-0743)를 빼놓을 수 없다. 메밀껍질이 촘촘히 막힌 꺼끌거끌한 면발의 막국수다.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먹고 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쏠비치 인근 동호해변의 오산횟집(033-672-4168)은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섭조개로 끓여 낸 섭국이 별미다. 미나리와 부추, 양파에 밀가루를 버무려 옷을 입힌 뒤 끓는 국물에 넣어 걸쭉하게 낸다. 수산항과 기사문항, 남애항 등에 횟집들이 모여 있는데 메뉴는 비슷하다.
△볼거리=서피비치가 있는 하조대는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기암절벽 노송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이 장관. 아름다운 항구로 손꼽히는 남애항과 한계령, 오색약수, 낙산사 의상대, 송천떡 정보화마을, 휴휴암 등도 찾아볼만 하다.
△사진으로 서핑 기본 자세 배워보기
1. 보드 3분의1 되는 부분에 배를 대고 엎드린다. 이때 손은 가슴쪽으로 당겨서 짚는다.
2. 점프해서 다리를 어깨 넓이 만큼 벌려 쪼그려 앉는다. 보드 중앙에 중심을 잡고 발의 방향은 45도 각도다. 손과 발의 위치는 동일 선상에 유지한다.
3. 다리를 기마자세로 잡고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양팔은 벌리고 시선은 앞으로 향한다.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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