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킹크랩 킬로그램 당 얼마예요?" "새우 구이용 큰 걸로 좀 보여주세요."
주말이었던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킹크랩이나 새우 등 찜이나 구이용 해산물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상인들도 상기된 표정이다.
지난 6월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무더위, 태풍 악재가 잇달아 찾아오면서 가락시장을 비롯한 대형 전통시장에는 손님이나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었다. 그나마 도매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 덕에 '폐점' 위기는 모면했지만, 개인고객들은 절반 이하로 줄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대게 등을 판매하는 상인 김용찬(42세·남)씨는 "그야말로 얼마간 죽은 시장 같았다"면서 "이제야 손님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살아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여름 휴가를 우리나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면서 "여행을 가서 구워먹을 새우나 전복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덕에 가락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주부 노연정(37세·여)씨는 "시골에서 올라오시는 친정식구들을 대접하기 위해 전복을 사러왔다"면서 "가락시장은 장을보러 거의 매주 오는데 이번주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그래도 예전수준은 아닌 것 같다"면서 "시간대에 따라서 주차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었는데 아직까지는 비교적 주차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역시 여름휴가를 앞두고 장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같은날 서울 공덕 이마트의 고기 및 청과물 시식코너.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해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세일을 하는 구이용 돼지고기 및 소고기는 오전이면 동이 난다는 게 판매직원 설명이다. 정육코너 직원 김태완(36세·남)씨는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 소고기 안심과 등심 같은 구이 부위가 많이 팔린다"면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여름휴가로 야외 캠핑장이나 펜션에 놀러가 먹을 용도로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전통시장이나 마트를 체험해보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활어를 즐기지 않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수산물시장이 관광코스로 인기를 끌면서, 가락시장이나 노량진수산물시장은 한 때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가락시장 상인 안정호(31세·남)씨는 "중국인들이 많이 오길래 인터넷을 뒤져서 몇마디 간단한 회화를 적어놓고 상대하기도 했다"면서 "활어회나 산낙지 같은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만큼 사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그러나 요새는 외국인들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매출도 한창때와 비교하면 60%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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