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ㆍ강남 40곳 중 32곳 문열고 냉방기 가동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십중팔구는 출입문을 개방한 채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정부가 6일부터 '문 열고 냉방영업'과 같은 전력 낭비 사례를 집중 단속키로 했지만 상점들은 "문을 닫으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른 이날 오후 2시30분. 본지 기자가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 패션ㆍ잡화 가게 40곳을 둘러본 결과, 32곳이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은행, 음식점, 커피전문점을 제외한 의류, 화장품, 잡화 매장 등은 모조리 문을 연 채였다.
명동 중앙길도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열어젖힌 상태였고, 강남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명동 일부 매장의 점원들은 긴 소매 가디건을 입고 있을 정도였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다운받은 전자 온도계로 실내온도를 측정하니 21도로 실외온도와 8도 이상 차이가 났다.
명동 한 매장 매니저 김선영(30)씨는 "문을 열어놔야 손님이 들어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바로 옆 신발가게도 문을 열어놓은 채 최대 50% 할인을 외치며 행인들을 유인했다.
신발가게 점원은 "문 개방 여부에 따라 매출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정부 규제 정책을 지키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남대로에 위치한 00화장품 매장 입구 근처에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실내온도와 실외온도의 차이가 컸다.
이 매장 점원은 "화장품 매장들은 문 개방에 따라 매출차이가 크다"며 "눈치껏 문을 열고, 닫으면서 영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눈치를 살폈다.
반면 000화장품 매장은 단속을 의식한 듯 일단 문을 열고 냉방기를 껐다.
이 매장 책임자는 "오늘부터 단속이 나온다고 해서 일단 문을 열어놓고 냉방기를 껐다"며 "과태료도 적지 않은 돈이니 결국 규제를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메르스 영향 등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내 돈 내고 에어컨 틀어서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려보겠다는 건데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서초구청 점검반 관계자는 "주로 화장품, 잡화 가게가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중 검점을 통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력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만큼 주변을 돌면서 지침을 어기는 매장이 있으면 구청에 신고해 지켜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름철 전력난 극복을 위해 6일부터 영업장에서 '문 열고 냉방영업' 행위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영업장과 규정 냉방 온도 28도 미만인 전기 다소비 건물은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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