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 개인적 관계 쌓는 데 관심"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종전' 주장에 대해 "전부 허세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국익보다 개인적 관계와 즉흥적 반응에 좌우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사결정으로 국제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지적 개념 부족, 일관된 전략 부재 등을 지적하며 비판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 핵심 참모였던 인사로, 자신의 근무 경험에 비춰 트럼프 당선인의 문제를 짚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가자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신속하게 끝낼 것이라며 '3차 세계대전'을 막을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한 주장에 대해 "전부 허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그가 대통령이었을 때보다 더 위험해졌다"며 "우리가 겪은 유일한 진짜 위기는 코로나19였는데, 이는 특정 외국 세력이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장기적 위기였다"고 했다.
이어 "19세기식 국제 위기 위험이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서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관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하지 못하는 점을 볼 때 결과가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또 트럼프 1기 재직 시절을 회상하며 "과거 모든 미 대통령처럼 국가 안보라는 막중한 책임감,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 그의 결정이 초래할 결과의 무게 때문에 그의 사고가 체계적으로 잡힐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많은 행동 양상이 자리잡혀 있었고, 절대 바뀌지 않았다"며 "트럼프에게 지적 훈련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1기 시절 많은 결정들이 '즉흥적인 반응'의 연속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철학이 없고, 정책이란 것을 하지 않으며, 국가 안보 전략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독재자와의 개인적 관계를 중시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에 필요한 역량이 부족했고, 대통령이 매일 받는 국가 안보 브리핑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는 외교 정책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는 테이블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고 거래하며 그게 중요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푸틴 대통령과 우정을 쌓았다고 믿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을 다룰 방법을 알고 있고 그를 다루기 쉬운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것을 개인적 관계에 기반을 두고,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상황 인식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며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 이후 자신의 판단에 더 확신을 느끼고 위험성도 높아질 거란 분석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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