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제일모직과 합병을 의결하기 위한 삼성물산의 임시주주총회가 17일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치러졌다.
이날 aT센터는 오전 6시부터 주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물산이 aT센터 대회의실과 4층 로비, 회의실에 마련한 각각 600석, 400석 등 총 1000여석 규모의 좌석은 일찌감치 만석이 됐다.
개회 시간은 9시였지만 삼성물산측이 확보한 위임장과 엘리엇측이 확보한 위임장 수가 많아 원본 확인을 위한 시간이 길어지며 9시 33분에 개회했다. 개회 이후에도 양측이 합병안을 놓고 찬반 주장을 펼친데다 표대결이 진행되며 시간이 길어졌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 세계경제는 그리스 재정위기,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여건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건설, 상사 부문 모두 성장성과 수익성 정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합병 이후 새로운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부문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뿐 아니라 패션, 식음사업의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바이오 사업 등 그룹 신수종 사업을 주도해 2020년에 매출 20조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주주 여러분도 새로운 삼성물산을 위해 오늘 힘을 실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주총에 참석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측 역시 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엘리엇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넥서스 대표변호사는 이날 주총에서 1호 의안인 합병안이 상정된 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하고 적절한 기준에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면 "대다수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특수한 지배주주들에게 불공정한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것이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합병이 승인될 경우 최소 7조8000억원 이상 되는 순자산가치가 아무런 대가없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서 제일모직 주주들로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지난 몇주간 언론들이 엘리엇의 의도에 대해 이런저런 보도를 했다"면서도 "엘리엇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하게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주총 시작 18분만에 만장일치로 합병안을 가결시켰다.
제일모직은 17일 서울 세종대로 삼성생명 1층 컨퍼런스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삼성물산과의 합병계약을 승인했다. 이날 제일모직 주총에는 주주, 기관투자자 등 430여명이 참석했다.
의장인 윤주화 사장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된 이날 주총은 약 25분간 진행됐다. 관심을 모았던 합병안건은 주총 시작 18분만에 반대 의견없이 가결됐다. 이후 이사보수한도,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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