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ㆍ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했다. 그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850만6000t의 37% 즉 314만7000t을 감축하되 그 가운데 25.7%에 해당되는 218만6000t은 국내적으로 감축하고 11.3%에 해당하는 96만1000t은 외국의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하겠다는 것이다.
INDC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안정화시키기 위해 2020년 이후 각국이 어떠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자료로서 금년 12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 21)에서 국가별 감축 협상을 위한 기초로 이용될 것이다.
이번 파리 회의는 2020년 이후 세계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체제를 결정하는 자리이고, 감축 협상의 결과가 곧바로 향후 국민경제에 구속력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감축안을 제시하여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간의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 자료를 보면 INDC가 기존의 감축안보다 더 진전된 최고 수준의 의욕(ambition)을 보여주어야 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진전 상황을 추적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투명하며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 이하로 안정화하는 데 합당한 효과를 가져 올 감축 노력을 제시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합의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우리 정부의 감축안은 몇 가지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첫째, 지난 MB정부에서 2020년까지 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번 감축안은 그에 비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절대 배출량으로 비교하면 지난 정권의 약속은 2020년에 543만t을 배출한다는 것이고, 현 정부의 감축안은 2030년에 536만t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10년을 더 기다려 고작 700만t 줄이겠다는 말인데 외국에서 구입할 배출권 9610만t을 감안하면 순수 국내 배출량은 오히려 9000만t 정도 더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지난 정권의 목표보다 훨씬 더 후퇴한, 저탄소 경제를 추구할 의욕이 전혀 없다는 자기 고백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 문제는 2030년까지 장기적인 BAU가 현실적으로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축안의 불투명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도 2009년에 예측한 2020년 전망치를 776만1000t에서 782만5000t으로 수정한 바 있는데 이번에 정부가 2030년 배출량으로 전망한 850만6000t이라는 수치를 과연 협상 테이블에서 믿어줄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가 제시한 감축안은 BAU에 따라 절대적 배출량이 변동되기 때문에 전망치에 대한 신뢰 여부가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감축안이 가진 효과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우리가 제시한 감축안으로는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안정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각국이 제시한 INDC를 평가하고 발표하는 독립적인 분석기관인 Climate Action Tracker는 우리나라의 감축안을 따를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부적격(inadequate)" 소견을 보이고 있다.
그간 기후변화협상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 차이로 지지부진하였지만 작년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조하기로 합의한 이후 금년 파리 회의에서 새로운 기후체제의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선제적으로 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은 탄소 관세 같은 새로운 무역 장벽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맞을 매는 빨리 맞는 게 좋다.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해 보다 분명하고 강력한 정책 의지를 가지고 보다 설득력 있는 감축안을 제시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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