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군수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국유기업 바오리(保利)그룹이 부동산 사업 실패로 굴욕을 당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주말 중국 저장(浙江)성 위야오(餘姚)시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자 30여명이 바오리그룹 산하 바오리부동산 관계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하는 소란이 있었다. 항의 과정에서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189만위안(약 3억5000만원)에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분양 받는 한 남성은 "바오리가 아파트 인근에 국제학교 뿐 아니라 영화관, 스케이트장 등 각종 편의, 오락 시설을 함께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바오리는 경제 성장 둔화로 수요가 주춤 하다는 이유를 대며 아파트 주변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그는 "바오리 같은 국유기업이 우리를 속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바오리는 대외적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군수기업이다. 인민해방군 산하에 있으면서 총기류, 로켓, 선박 등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주택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 대형 부동산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WSJ은 바오리의 부동산 사업이 삐걱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중국 국유기업의 현실이 수면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바오리 외에도 중국 곡물 수출입 기업 코프코(中粮集團·COFCO), 고속철 기업 중국중철(中國中鐵·China Railway Group), 유통업체 화룬그룹(華潤·China Resources National Corp) 등 많은 국유기업들이 부동산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2013~2014년 기간 이익을 낸 중국 국유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부동산 사업을 진행했다.
2010년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부동산 사업을 병행하는 78개 국유기업들에 사업 철수를 권고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국유기업 수는 점점 늘었다.
문제는 현재 중국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25개 중국 주요 부동산업체 가운데 오직 2곳만이 긍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는 상황이 좋지 않다. 25개 업체가 짊어지고 있는 부채 규모는 9190억위안에 이른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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