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 세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IHS 테크놀로지의 마이크 하워드 이사는 16일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위치를 높여가려 한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으나, 칭화유니그룹의 실제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칭화유니그룹의) 주당 21달러의 제안 가격은 52주 최고가보다 낮은 것으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 이유를 덧붙였다.
마이크 이사는 "이번 중국 기업과의 딜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검토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이유로 "마이크론은 미국 시장에 남은 마지막 메모리 기술 회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외국 기업에 고급반도체 기술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마이크론은 미국에서 이미 여러 대형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직원도 수천 명에 이른다"며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 내 고용 문제가 (인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2013년 마이크론이 일본 기업인 엘피다를 인수한 것을 언급하며 "자세한 내막을 알긴 어렵지만, 엘피다 인수 당시 일본 정부와 맺었던 협의 역시 이번 딜을 성사시키는 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이사는 "칭화유니그룹의 제시 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더라도 여전히 엄청난 금액으로 메모리 산업의 장기적 가치를 보여준다"며 "칭화유니그룹의 이번 응찰이 메모리 산업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칭화그룹이 마이크론을 인수한 뒤 '반도체 내수화'를 노리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이 더해질 경우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긴장하는 모양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로 총 161억 달러를 기록해 종합 반도체 순위에서 인텔, 삼성, 퀄컴, SK하이닉스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1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칭화유니그룹과 합쳐질 경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종합 4위로 올라설 것이란 분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품(DS)부문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이와 관련해 "(마이크론의) 규모가 너무 커서 (실제 인수가) 과연 될까"라면서도 "더 알아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중국 정부가 꾸준히 반도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미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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