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부 모든 성별 지원 가능
캠퍼스 곳곳에 근조화환·스프레이
학생들 "여대 존립 이유 해쳐"
"이성근 총장에게 묻습니다. 여대에 남학생을 수용하는 것이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것입니까"
임수빈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돈암수정캠퍼스에서 열린 '국제학부 모집 관련 시위'에서 "국제학부 남성 지원 가능은 공식적으로 학생들에게 안내되지 않았고 독단적으로 결정됐다. 이는 여대의 존립 이유를 해칠 수 있고, 남녀 공학 전환이라는 우려하는 지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성신여대는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며 오직 여성을 위해 설립됐다. 여대의 본질과 설립 기념을 직시하지 않는 학교 본부에 성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는 1200명의 재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자주 성신 정체성은 여성이다", "성신여대 남성 입학 철회하라"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송모씨(21)는 "총장이 공학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국제학과에서 남학생을 받지는 않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순된 입장문"이라며 "남자가 다니는 순간부터는 여대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졸업생들도 남녀공학 전환 반대에 힘을 보탰다. 우모씨(26)는 "학생들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돼야 하는데 상호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남학생들을 입학시키겠다고 하는 게 민주적이지 않다고 느껴진다"며 "여대라는 이름에 맞게 남학생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모씨(25)는 "여대에서 남자들이 공부를 왜 하고 싶어 하냐"고 비판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1일 '2025학년도 전기 외국인 특별전형 신·편입학 모집 요강'에서 신설될 국제학부에는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성별이 지원 가능하다고 발표했고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13일 이성근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국제학부 설치는 남녀공학 전환과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성신여대 캠퍼스 곳곳에는 '남자 아웃', '성신 본부 독단·일방적 행보 규탄', '소멸할지언정 등 문구가 검은색 스프레이로 적혀 있었다. 게시판에는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결사반대', '성신이 담을 순간에는 여성만이 있다' 등의 대자보 여러 장이 붙어있었다. 설립자 동상은 계란과 테이프 등으로 뒤덮여있었고 근조화환도 캠퍼스 이곳저곳에 놓였다. 학교 측은 "남녀 공학 전환과 관련된 다른 여대의 이슈와 성신여대의 상황은 명확하게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시작된 남녀공학 반대 시위는 전국 6개 여대로 확산되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남녀공학으로 전환 논의가 알려지면서 학내 점검 농성이 이어가고 있다. 학교 곳곳에는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은 죽었다' 등의 문구가 붉은 스프레이로 쓰여 있고 학과 점퍼(과잠)를 항의의 의미로 놓여 있다.
한편, 동덕여대에 무단으로 침입한 20대 남성이 전날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동덕여대 설립자인 조동식 선생의 흉상을 청소하려고 학교에 침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여대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협박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것처럼 혹시 모를 범죄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비 차원에서 여대 주변을 비롯한 일대의 순찰과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