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이란과 주요 6개국(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러시아ㆍ중국ㆍ독일)이 14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란 핵의혹이 불거진 지 13년 만이다. 이로써 이란이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중동의 유력 시장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란의 경제 규모는 3690억달러(약 417조6300억원)로 태국보다 크다. 원유 매장량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362억배럴로 1781억배럴인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다. 세계 석유 매장량의 11%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1위다.
그간 이란 경제는 서방과의 갈등 속에 신음해 왔다. 2012년 유럽연합(EU)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했다. 여기에 미국의 강력한 대(對)이란 경제제재로 원유의 수출 길이 막히며 이란 국민들은 어려움에 시달려 왔다. 이란 통화 리알은 지난 1년 사이 1.4% 평가 절하돼 현재 달러당 3만3280리알에 거래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집권기인 2012~2013년 리알 가치는 달러 대비 3분의 2 이상 떨어졌다
전 세계 기업들은 이란을 '기회의 땅'으로 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 수출 확대를 위해 낙후된 정유 부문을 보완하는 데 만에도 약 2000억달러(약 228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국적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셸과 이탈리아ENI 등은 이미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아 이란 고위 당국자와 접촉을 했다. 이란은 경제제재로 원유 생산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에너지 기업의 대규모 자금과 최신 기술력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동차와 항공 산업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행과 정보기술(IT), 채광, 은행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외국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한 은행가는 "이란 업계는 너무 오랫동안 머리를 물 아래에 넣고 있었다"며 "이제는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쉴 차례"라고 말했다.
이란 증시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투자은행 르네상스캐피털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동안 닫혀 있던 이란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 작성자인 찰스 로버트슨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니얼 솔터 주식투자전략 책임자는 "개방 첫해 이란으로 유입될 자금은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 소재 샤를마뉴캐피털 같은 해외 투자기관은 이미 이란 관련 펀드를 조성 중이다. 현재 이란 증시의 시장가치는 1020억달러로 터키 증시의 절반도 안 된다.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됐다고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경제성장은 내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6%, 내년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두바이 최대 은행인 에미레이트NBD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이란의 내년 GDP 성장률이 7.9%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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