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한국수출입은행이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허위 입찰서로 문서를 제출하고 이 사실이 현지 사업실시기관에 의해 적발됐음에도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를 허술하게 했단 주장이 나왔다. 또 입찰서류를 허위·변조하였던 업체가 재차 입찰서류를 허위·변조해 새로운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0일 감사원에 요구해 받은 ‘공적개발원조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와 수출입은행이 홍종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2011년 5월경 진행한 2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밤콩교량 건설사업 컨설팅 입찰에 ‘유신’은 사업총괄관리자(PM: Project Manager) 후보자 경력관련 서류를 2건이나 위·변조한 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성’도 PM후보자 경력서류를 ‘엔지니어 참여경력’을 ‘사업총괄 경력’으로 위조해 허위로 제출했다. 베트남 현지의 사업실시기관(PMU)도 자체 조사를 실시하여 두 업체가 입찰서류를 위조·변조한 사실을 적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홍 의원실은 수출입은행은 이들 기업의 허위 기재를 확인하고도 징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용관리규정 및 경협기금업무 취급세칙’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허위 문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 구매관리실무협의회의 심의회를 열고 ‘문제유발 기업’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기업의 기금지원사업 참여를 금지하기 위해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심의회에서 계약자의 뇌물 제공 등 부패 행위, 사실 왜곡 등 사기행위, 부실 시공 등 ‘문제유발’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입찰 참여자에 대해 확인일로부터 3년 이하 기간 동안 기금 지원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해당 내용을 은행 홈페이지에도 게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심의회조차 열지 않았고, 대신 2012년 2월 ‘유신’ ‘수성’ 등 입찰서류를 위·변조한 업체들에게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만 받았다.
또한 홍 의원실이 최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임의각서를 받은 건수 및 처리내용’ 자료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전략망 사업에 ▲ ‘한국종합전기’가 사업참여 후보자경력 관련 위조서류를 제출 ▲베트남 로떼-락소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유신’은 재차 경력 허위서류를 제출 ▲ ‘삼보기술단’이 PM 후보자 경력 허위서류를 제출 ▲‘한국종합기술’은 PM 기준 관련 허위사실을 기재하여 제출했음에도 또다시 임의각서만 받는 것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신’의 경우 베트남 밤콩교량건설사업에 PM 경력서류를 위·변조한 사실이 적발돼 2012년 2월경 스스로 6개월 이내에 입찰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를 제출했음에도, 베트남 로떼-락소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허위사실(타기관 재직지 단순사업관리 경력을 사업총괄 경력으로 기재)을 기재하여 2014년 3월 참여제한기간 5개월 임의각서를 다시 제출한 것이다.
홍 의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허술한 입찰관리는 국가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수출입은행이 기업들의 입찰을 제대로 관리하여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외경제협력기금사업이 개도국의 경제·사회 개발과 우리나라와의 경협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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