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엘리엇의 신뢰성 자체에 의심이 든다며 공방을 펼치고 있다.
최근 엘리엇이 근거자료로 내놓은 부분들에서 오류가 나오거나 번복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주장 자체가 신뢰성이 없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지난번 법원 제출문서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엔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이 잘못돼 뒤늦게 수정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7% 이상 매입하고 제일모직과의 합병 추진에 제동을 걸고있다
삼성물산은 28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엘리엇 스스로 주장하는 내용을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공지문을 보완해 게재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엘리엇이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2월4일 삼성물산측과 접촉했으며, 엘리엇은 오전에 처음 이 자료를 올릴 당시에는 삼성물산 이사들이 '회사 주가의 지속적인 약세로 봤을때 저희 이사들은 회사 자산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일체의 합병이나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처럼 게재했다.
그러나 다시 이날 밤늦게 해당 문장을 '이런 상황에서 엘리엇은 귀사의 주식가격이 약세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사들이 (약세인) 주식가격을 바탕으로 어떠한 합병이나 인수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입장을 통고하는 바이다'고 수정해 홈페이지에 재공지했다.
삼성물산 경영진이 처음엔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번복한 것처럼 엘리엇이 밝혔지만, 문장의 진위여부가 불거지자 법무법인의 번역 실수가 있었다고 번복하며 해당 문장을 엘리엇 측 주장이라고 해명하고 문구를 수정한 것.
삼성물산은 또 엘리엇이 지난 4월9일 삼성물산 임원과의 면담에서 '제일모직과 합병할 계획이 없으며 합병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면담에서는 '현 시점'에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 줬을 뿐 장래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장래 합병 여부를 확인해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만일 특정 주주에게만 합병 같은 중대 사실을 알려줄 경우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앞서 삼성은 엘리엇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문서의 하자를 지적하고 나선 바 있다. 삼성은 기업 인수·합병이 아닌 일반투자 용도로 제공된 보고서를 엘리엇이 무단 변조해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출된 보고서에는 작성 주체나 보고서의 사용목적이 적시되어 있지 않으며 한영회계법인의 대표이사 서명도 들어가지 않은 초안이라고 강조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초안인 만큼 보고서 최종판이나 전체 문서를 보여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 같은 삼성의 움직임은 엘리엇과의 법리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에 앞서 엘리엇이 제출한 증거문서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엘리엇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며, 전적으로 부인한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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