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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메르스 걱정에 요우커 사라진 제주도…면세점도 '텅텅'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5초

6~7월 중화권 항공노선 1550회 취소
회복세도 감지…"크루주 손님 3000명 방문" 화색


[르포] 메르스 걱정에 요우커 사라진 제주도…면세점도 '텅텅' 지난 27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주차장. 평소 주차공간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대형버스가 들어서지 않으면서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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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다 메르스 때문이죠. 오늘 주차장에 버스 들어오는 걸 못 봤어요."

주말인 지난 27일. 제주도 곳곳의 관광지는 그야말로 한산했다. 주차장은 텅 비었고, 대형버스에서 우르르 타고 내리던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은 자취를 감췄다. 장마가 시작된 탓도 있지만, 관광지 인근 상인들은 "메르스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루 종일 노랫말처럼 중국어를 들으면서 장사를 했는데, 이제는 '니하오' 한마디 듣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대표적 관광지 성산일출봉은 평일ㆍ주말 할 것 없이 붐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날 오전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은 다섯명도 채 보이지 않았다. 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이 확산되면서 뜸해지기 시작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최근 메르스 확진자가 제주도를 다녀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뚝' 끊겼기 때문이다. 추가 확진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메르스 공포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형국이다.

[르포] 메르스 걱정에 요우커 사라진 제주도…면세점도 '텅텅' 27일 오전 성산일출봉 입구 앞 상점의 상인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메르스 이후 국제선 감편 신청 내역에 따르면 중화권 국가와 제주를 오가는 노선에서 6∼7월 계획됐다가 취소된 국제선 항공편은 왕복 기준 1550회에 이른다. 중국 옌타이(煙臺)항을 출발한 차이나태산(2만4427t)호는 같은날 제주항 외항에 기항하는 계획을 취소, 뱃머리를 다른 국가로 돌렸다. 이에 따라 크루즈 관광객 800여명을 싣고 운행하려던 수백대의 전세버스도 예약이 취소돼 차고지에 멈춰 서기도 했다.


성산일출봉 입구에서 핫바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성산일출봉이라고 쓰여진 비석 앞에는 항상 중국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면서 "사진찍고 간식꺼리를 사먹고, 성산일출봉 등반하는 게 코스였는데 바짝 장사할 성수기를 앞두고 메르스가 터져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요우커 수요에 맞춰 성산일출봉 인근에 대형 매장을 오픈한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화장품 브랜드숍도 파리만 날리고 있다. 한 매장 관계자는 "예전엔 하루에 수백명을 상대하느라 밥먹을 시간도 없었지만, 요새는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중문에 위치한 한 관광형 박물관 관계자는 "성수기엔 입장객 1000명 까지도 받아봤다"면서 "그러나 요새는 100명도 못 채울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도 직원들에게 휴가를 미리 쓰도록 권하고 있다"면서 "점심 시간에는 휴관하는 방향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르포] 메르스 걱정에 요우커 사라진 제주도…면세점도 '텅텅' 제주시에 위치한 신라면세점(좌)의 샤넬 매장 앞과 롯데면세점 2층 잡화 매장(우).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고 각 매장마다 직원만 서 있을 정도로 한산하다.


평소 발디딜 틈이 없던 제주 시내 면세점 역시 마찬가지다. 요우커 유치를 위해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이전, 지난 19일 롯데시티호텔에 개장한 롯데면세점은 손님보다 매장 직원 수가 더 많을 정도. 1층 프라다 및 티파니앤코 매장은 아직 공사중이어서 어수선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인근 신라면세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5일 샤넬 부띠끄를 유치, 1층에 대형 매장을 오픈했지만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면세점인 탓에 내국인 관광객들은 구경만 하고 발길을 돌리기 때문.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 제주도내에서 유일하게 운영중인 럭셔리 브랜드 매장 역시 직원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르포] 메르스 걱정에 요우커 사라진 제주도…면세점도 '텅텅' 지난 28일 오전 제주도 공항면세점 담배 판매 코너에 사람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제주도 시내와 공항을 통틀어 '누군가 무엇을 사기 위해 줄을 선 풍경'은 제주공항에서만 볼 수 있었다. 제주공항 내 면세점 국내외 담배코너에는 시중의 반값에 불과한 면세담배를 사기 위한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대기했다. 한 관광객은 "제주도에 와서 먹고 자는 것 외에 쇼핑한 품목은 담배가 유일하다"면서 "담배값 인상 이후에는 일행 모두 1인1보루를 꽉꽉 채워서 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고무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면세점 인근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오후에 크루즈 손님 3000명이 온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대규모 관광객은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또한 "크루즈 관광객들은 주요 관광지, 면세점, 인근 상점, 음식점을 차례로 돌기 때문에 며칠 사이 곤혹을 치렀던 상인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희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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