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 서울 13개 대학 자연계 논술 분석 결과 발표
서울 주요 13개 대학 중 9곳, 선행학습규제법 위반 사항 나와
지난해 대입 논술 301개 문제 중 21%, 고교 교육과정 벗어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해 선행학습 규제법 시행 직후 치러진 서울 주요 대학 입시 논술문제 일부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교육부가 지난해 대입 논술문제 등에 대해 고교 교육과정 이탈 여부 등 심의를 진행하고 있어 이같은 결과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은 서울 주요 13개 대학 자연계 논술 분석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 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규제법)에 2015학년도 대입 논술 문제가 위반되는 사항을 분석한 것이다. 조사ㆍ분석에는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수학, 화학, 물리 등 관련 분야에서 박사 학위가 있는 74명의 현직 교사가 참여했다.
이에 따르면 연세대, 이화여대 등 조사 대학 13개 중 9개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해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항 수로 살펴보면 13개 대학에서 치러진 자연계 대입 논술 301개 문제 중 64개(21.3%)가 고교 교육과정에는 없는 내용을 출제했다. 특히 이화여대와 연세대 대입 논술에서는 각각 문제의 52.9%, 47.8%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있었다.
또 13개 대학에서 모두 치러진 수학 논술문제의 경우 평균보다 높은 25.6%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 다른 영역에 비해 좀 더 높은 비율로 선행교육 규제법 위반 사항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중 연세대는 6문항 중 5문항이 고교 교육과정 외에서 출제해 고교 교육과정 외 출제 문제가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중 건국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는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모든 문제를 출제했다. 서강대의 경우 지난해 16문제 중 2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지만 대학과정에서 75%를 출제했던 재작년 시험에 비하면 비율이 크게 줄어들어 교육과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대입 논술 문제가 논리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 암기 위주의 평가를 하는 '본고사형 문제'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들은 지난해 대입 논술 문제 301문항 중 253개인 84.1%가 본고사 형태로 출제됐다고 비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정책팀장은 "논술전형은 학생들이 수학적 사고를 가지고 수학적 개념과 사고, 논리전개 능력을 평가해야하는데 일정 부분 풀이과정이 정해진 본고사형 문제가 다수 출제돼 대비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분석 결과 발표와 함께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대학에 대해 엄중한 행정 제재를 취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선행교육 규제법 시행에 따라 대입 논술문제 등의 고교 교육과정 내 출제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대학은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 제출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입 논술문제 등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분석 중"이라며 "7월 중에 공교육정상화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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