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사무총장 인선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하면서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한지붕 두 가족'처럼 지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당내 주요인사들의 검찰 소환 등 내우외환이 겹치는 상황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불편한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해소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4ㆍ29재보선 참패 후 사의를 밝힌 당직자들의 후속 인선을 23일 단행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면서 당내 내흥은 수습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된 상황이다. 이번 인사에 반발한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 등을 거부한 채 원내대표 주관의 정책조정회의, 원내대책회의 등만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2인3각처럼 보조를 맞춰야 하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각자 플레이에 나서는 것이다.
일단 이 원내대표는 이반 사태 수습을 위해 최 사무총장 인선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자들을 피했던 그는 24일 저녁에야 기자들 앞에서서 "분열의 정치를 한다면 아마도 당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분열의 정치는) 중단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표가 지금이라도 당직 인선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원내대표가 당직인선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당장 당이 분당하는 등의 파국은 예상하기 어렵다. 이같은 판단의 단초는 작은 해프닝에서 찾을 수 있다. 문 대표가 최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했을 당시 이 원내대표는 "오늘 당대표께선 당의 안쪽에 열쇠를 잠그셨다. 용하지 않는 정당은 확장성이 없다"며 "확장성이 없으면 좁은 미래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좁은 미래'를 '죽은 미래'로 잘못 들어 보도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측은 기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하며 정정에 나섰다. '죽은 미래'는 더 이상 당의 미래가 없다는 뜻이라면 '좁은 미래'는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분당 등 추가 사태 악화를 예상하기에는 아직 무리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이 직면한 대내외 환경도 녹록치 않다.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험난한 대여투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국회법 재의결을 비롯해 총선 1년을 앞두고 격렬한 여야간의 정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에 매몰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김한길 새정치연합 전 대표, 문희상 새정치연합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한명숙 전 대표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대법원판결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하면서도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당직이 바로 야당 탄압 대책위원장"이라며 당 주요 인사를 향하는 검찰 수사에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을 나서야 하는 현실에서 당내 문제에 골몰하기 어려운 처지다.
당 수습방안을 두고서는 당직인선 철회에서부터 문 대표의 태도 변환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당내 최 사무총장 인선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문 대표가 내부 구성원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시됐다. 새정치연합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노웅래 의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문 대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문 대표가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고 시한을 박아 책임지고 고치겠다는 뜻을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노 의원은 "투명하고 공정한 정당운영과 독식 방지를 위해 당권과 대권 분리, 친노프레임 극복 방안 등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은 그림을 제시해야 당이 하나로 가고 혁신안이 진행될 수 있는 동력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은 "나가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완벽한 통합을 이뤄가며 당이 수습되어야 할텐데, 그것이 가능할지 이번 사태를 보면서 걱정이 많다"며 "다들 머리와 뜻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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