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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블루칩, '삼호가든3차' 시공사 선정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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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여파로 총회 행사장에 열감지 카메라 등장
치열한 수주전 끝에 현대건설 새 프리미엄 브랜드 낙점


강남 재건축 블루칩, '삼호가든3차' 시공사 선정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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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블루칩, '삼호가든3차' 시공사 선정하던 날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우리 조합에서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하는 날, 오랜 가뭄 끝에 이렇게 단비까지 내리는 걸 보면 분명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서울에 올해 첫 호우주의보가 내릴 만큼 폭우가 쏟아지던 20일. 서울 흑석동 모처에 100여명이 넘는 사설 경호원들이 배치됐다. 검정 양복에 검정 우산을 받쳐든 이들은 주차장에서부터 행사에 참여한 조합원 한명한명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전에 참석자 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사람은 철저히 출입이 통제됐다. 왼쪽 가슴에 '조합원'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은 색색의 투표용지와 일회용 마스크를 받아 들고, 행사장 입구에서 다시 한번 열감지 화상카메라를 통과해야만 했다.


'삼호가든맨션3차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원 총회'를 알리는 사회자의 개회 선언과 함께 엄숙한 국민의례가 거행됐다. 조합장이 나와 그동안 함께 고생한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내며 이날 총회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몇 가지 다른 안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이내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투표가 시작됐다.


조합원들이 양쪽에 마련된 기표소 앞으로 길게 줄을 서 투표를 하는 동안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3사의 주택사업 담당 임원들이 마지막 선전을 펼쳤다. 약 30초씩 배정된 시간 동안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목소리 높여 외쳤다.


"제안서에 약속드린 내용을 모두 지키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들의 재산가치와 삶의 희망을 저희가 보장하겠습니다."


참석이 늦어지는 일부 조합원들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잠시 지체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장내가 술렁였다. 3개사 실무자들이 한명씩 급히 단상으로 소집되고 얼마 뒤 조합장이 사정을 설명한다.


"입구에서 진행요원의 실수로 투표용지가 한 장 더 딸려나간 모양인데, 분명 누군가 한분이 더 받아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입찰 참가자들의 의견을 모아 3표 이상 차이가 나야 결과가 유효한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한참 만에 마지막 참석자까지 투표를 마치고 조합장이 개표를 선언하자 투표함의 뚜껑이 열렸다. 진행요원들이 수작업으로 표를 세는 동안 조합원들의 눈은 단상 위에 고정되고, 건설사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휴, 내가 다 떨리네~" 비교적 젊어 보이는 한 여성 조합원이 나지막히 내밷었다.


이윽고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부재자 투표를 포함해 참여 조합원 429명(전체 조합원 수 440명) 가운데 175명(40.8%)의 표를 얻은 현대건설이 최종 선정됐습니다.(탕탕탕!)" 함께 입찰에 참여한 대림산업은 155표, 롯데건설은 96표를 받았다.


우레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열댓명 되는 현대건설 직원들이 앞으로 나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지난 3월 이 아파트의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가 난 이후 꼬박 100일 가까이, 밤낮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닌 결과였다.


"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 유승하 현대건설 주택사업실장(상무)도 목이 메인 듯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최고의 아파트로 보답하겠습니다. 삼호가든3차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최고의 아파트로만 선보이겠습니다."


수주전에서 탈락한 대림산업과 롯데건설 관계자들은 이미 자리를 뜬 듯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건물 밖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현대 측 여성 홍보요원들이 'THE H(디에이치)'라는 새로운 브랜드명이 새겨진 어깨띠를 미스코리아처럼 두른 채 집으로 돌아가는 조합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결과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나이 지긋한 백발의 한 여성 조합원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림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은데 20표 차이로 떨어졌다니 다소 아쉽다"며 "그래도 예전부터 현대가 아파트 하나는 튼튼하게 잘 짓고, 층간소음도 없는 편이니 믿어보겠다"고 말했다 .


반면 한 40대 중반의 남성은 "분양가로 최저가가 아닌 평균가 3600만원(3.3㎡당)을 제시한 현대가 분담금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어차피 투표는 끝났으니 무엇보다 기존의 밋밋한 아파트, 저가형 아파트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 측은 조합원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앞으로도 계약 체결이나 공사 진행 과정에서 꼼꼼하게 완벽을 기하겠다는 각오다. 정용태 조합장은 "치열했던 수주전의 최종 승자가 결정된 만큼 이제부터는 현대건설과 함께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삼호가든맨션3차 아파트 재건축은 424가구 규모의 기존 단지를 헐고 최고 34층 6개동, 전용면적 59~132㎡ 835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전체 공사 수주액은 1200억원대로 큰 편은 아니지만 건설업계는 이 사업을 따내면 향후 강남권 재건축 수주에 유리한 고지 점하게 된다는 기대감에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일주일간 미뤄지고, 서초구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50대 한 남성은 "다들 과도한 건설사 홍보비가 결국 사업비를 부풀리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내가 조합원이 돼 건설사 홍보요원들에게 매일 인사도 받고 소소한 선물도 받고 하나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어쩔 수 없더라"고 고백했다.


인근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입소문에서 가장 앞서던 대림이 떨어지고, 가장 뒤쳐지는 듯 했던 롯데도 적지 않은 표를 얻은 것을 보면 3사 모두 실질적으로 박빙의 승부를 펼친 셈이다. 아크로,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에 이어 디에이치까지 대형 브랜드가 다양하게 들어서는 것은 분명 반포 일대 아파트의 가치를 균형 있게 높여가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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