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첫 '4차 감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보건당국이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차 유행의 근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 고강도 대책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세종정부청사 브리핑을 통해 삼성병원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기간에 병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일 증세를 점검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삼성병원 전직원에 대해 매일 발열검사를 시행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 전원 유전자 검사를 진행키로 했다. 또 지난달 27~29일, 지난 2~10일 삼성병원에 입원하거나 내원한 환자와 보호자를 전수조사해 증상 여부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2~10일 삼성병원을 방문한 외래ㆍ입원 환자들의 정보를 수집해 건강보험공단 수진자 조회 시스템과 심사평가원 의약품안심서비스(DUR)에 공개해 다른 의료기관에서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해 추가 감염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초강력 대책은 이 병원에 대한 방역 실패가 이미 메르스의 전국 확산을 초래한데다 3차 유행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르스 발원지인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14번 환자(35)를 막지 못해 삼성병원에서 2차 유행이 시작됐고, 137번 환자(55)를 비롯한 격리대상 누락자들의 확진이 속출하고 있어 3차 유행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137번과 관련된 격리대상이 480명이며 환자만 16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대본 총괄반장은 "삼성서울병원은 추가 확산이 가장 우려되고 있다"면서 " (메르스)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경우 반드시 확인하고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배경은 이날 확진된 162번 환자(33)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삼성병원 방사능 기사인 이 환자는 지난 11~12일 이 병원에서 확진자 4명에 대한 X레이 촬영을 맡았다.
권준욱 중대본 총괄기획반장은 역학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한 뒤 "역학조사에서 162번 환자는 '4명의 확진자로부터 기침을 정면으로 받았다'는 식의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비말감염이 이뤄진 상황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162번의 감염 시점이다. 확진자 4명에 대한 X레이 촬영이 이뤄진 11일과 12일. 이 때까지 메르스 감염자 4명이 삼성병원에서 활보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서다. 삼성병원 2차 유행의 잠복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또 다른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삼성병원내 '4차 감염' 등 연쇄감염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복기를 훨씬 넘긴 삼성병원 확진자들이 속출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162번은 지난 14일부터 발열이 시작됐다. 삼성병원이 지난 7일부터 응급실 직원과 환자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만큼 증상 발현 이후 즉각 격리가 이뤄졌다면 최대 잠복기는 29일까지다. 이날 권 반장은 "6월 말까지 집중의료기관에서 산발적 발생을 끝으로 모든 것이 잦아들게 하는 것이 우리들의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최근 삼성병원 응급요원인 137번 환자가 증상 발현 후에도 근무한 10일까지를 기준으로 삼성병원 최대 잠복기를 25일로 다시 설정한바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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