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유진투자증권은 1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를 하거나 기권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무산 시 발생할 주가 하락을 감내하고 합병 반대를 찬성할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현재 약 1조원 이상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합병 무산 시 제일모직의 주가 하락은 명약관화해 엘리엇의 주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재산을 위탁관리하는 기관이 해외 헤지펀드의 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우호지분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지분 22%와 국민연금 10.1%, 국내 기관 7.7% 등 약 40%는 이번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펀드 전체 지분율인 34%보다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주 입장에서 삼성물산 주주는 현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자산가치에 대한 불만은 당연하지만 제일모직과 합병 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서 사용될 때에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식의 가치가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게 유진투자증권의 견해다.
한 연구원은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향후 그룹의 성장엔진이 될 바이오 부문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며 "합병 후 통합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대 주주로 등극하고 2020년 기준 통합법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약 30%가 바이오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병 후 기대할 수 있는 주주가치 상승 모멘텀을 누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주식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항상 이상보다는 현실이 앞선다"고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제일모직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2만8000원을 유지했다.
유진투자증권 분석과 달리 전날 한화투자증권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엘리엇의 관여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이 내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이는 현재 상황에서 삼성 측의 우호 지분이 19.8%인데 비해 7.1%를 소유한 엘리엇 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26.7%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합병안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합병조건이 공정하지 않다는 엘리엇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외국인 주주에게는 그에 따른 추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주주 입장에서는 엘리엇의 주장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내달 초 발표 예정인 글로벌 의결권자문 전문회사 ISS의 의견서도 엘리엇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삼성 측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찬성 의견을 받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며 합병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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