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향후 입장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합병 찬성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자산운용은 내달 양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할 계획이다. 12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부사장)는 "삼성물산은 지금 건설업종에 갇혀 있지만 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지주회사로 격상되는 것으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장기적으로 올라갈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일부 운용사들도 이번 합병과 관련해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양사의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운용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율 합계는 5% 안팎으로 적은 수준이지만 국민연금이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관들이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데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도 현실적으로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크게 기업의 절차상 적법성, 연금 수익률 두 가지를 검토해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금 수익률이 쟁점인데 합병 무산시 주가 향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합병 발표 직전 거래일인 22일 5만5300원이던 삼성물산 주가는 11일 종가 6만9700원을 기록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234원보다 높다.
한 국내 운용사 CIO는 "최근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한 것도 합병이라는 재료 덕분인데 만약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지만 하락할 수도 있다"며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이상으로 유지되면 국민연금도 합병에 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등장으로 국민연금의 뜻이 합병 성사 여부를 가르겠지만 삼성물산 주주로서 국민연금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오히려 더 좁아졌다"며 "일부 기관들이 먼저 움직이면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데 수월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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