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오종탁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전국으로 번지고, 가뭄 피해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추경을 어느 정도 규모로 편성할 지, 편성된 예산은 어디에 사용할 지 등을 두고 담당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맞춤형'이냐 '슈퍼추경'이냐= 추경 편성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0조원 안팎의 '맞춤형 추경'과 최대 20조원 이상의 '슈퍼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28조4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고 2013년에도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짰다.
추경 규모를 정하기 위해서는 세입추경과 세출추경을 모두 따져야 한다.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한 세입추경 규모는 올해 세수가 얼마나 걷힐 지에 대한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4분기 재정절벽 사태로 성장률이 0.3%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세입추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연재해 피해복구나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할 세출추경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이번에 추경이 메르스 피해와 가뭄 피해가 원인이 된다면 이들에 대한 지원 예산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여기에 더해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2009년 추경 당시 세출추경으로 5조3000억원을 투입해서 성장률을 0.3%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대규모의 세출추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추경 외에 기금 등을 통한 재정정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팀은 41조원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추경 대신 기금 투입 등 자금패키지를 활용했다. 기금 증액과 함께 집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12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중소기업 지원 등을 위한 정책자금 29조원을 지원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나와 "어떤 형태로든 경기보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메르스 사태의 큰 불이 언제 잡힐지에 따라 다르다.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 검토한 뒤 추경을 할지, 하게 되면 어느 규모로 할지를 6월 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추경 투입, 고용·안전·가뭄 대책이 1순위= 세출추경을 어디에 쓸 지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추경 편성의 목적이 주로 경기부양에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내에 효과가 날 수 있는 곳에 예산이 투입된다. 대표적인 사업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다. 토목·건설은 단기간에 고용 등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추경 우선 투입사업으로 최대 현안인 청년고용 문제와 보건·안전관련 사업, 가뭄 대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든 경제주체가 '이 정도는 정부가 상당히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추경을 해야 한다"면서 "추가로 SOC사업에 투입하기보다는 기존 예정된 사업을 조기집행하면서 하반기에 필요한 분야에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도 미묘한 시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사업을 추진하려는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따내기 위한 '쪽지예산', '문자예산'을 남발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효과가 떨어지는 지역사업에 추경이 투입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앞다퉈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규모와 용처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면서 "특히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국민들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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