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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메르스와 안전벨트, 그리고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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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메르스와 안전벨트, 그리고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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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용인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 길이었다. 출근버스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색다른 광경이 내 눈길을 머물게 했다. 이른 시간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이 부족한 잠을 채우느라 통근버스 안에서 달콤한 꿀잠에 빠져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잠자는 이들의 얼굴을 뒤덮은 마스크는 아무래도 내게 낯선 풍경이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마스크 하나로밖에 달랠 수 없었나 보다 생각하니 피곤에 지친 직장인들의 모습이 더 안쓰러워 보였다.

그런데 내 눈길이 이들의 허리춤에 닿았을 때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에서 꼭 착용해야 할 안전벨트는 발견되지 않았다. 위험이란 것이 내게 발생할 확률에 따라 그 대처 방법도 달라진다. 리스크의 중요도를 결정하는 근거 중 하나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확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확률의 크기이다.


경찰청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교통사고로 4762명이 죽었다. 하루 평균 13.05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대한민국을 극심한 공포로 몰고 간 메르스로 사망한 사람은 소수며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약자로 천식환자,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 등이다. 이런 통계 수치가 무색하게 교통사고로부터 목숨을 지켜줄 안전벨트는 착용하지 않고, 메르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는 모두 쓰고 있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모순이다. 원래 불안은 불확실성이 클 때 증폭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대해 감정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므로 과잉반응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들 내면에는 더 큰 위험에 대해서 오히려 더 무감각해지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우리에게 안전벨트만큼 무감각한 것이 또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번역되는 메르스는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 호흡기질환에 대해 살펴보면 주 원인 중 하나로 학계에서는 대기오염을 꼽는다. 대기오염은 심장질환, 뇌졸중, 호흡기질환, 폐암 등의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오염은 매년 700만명에 달하는 조기사망자의 사망원인이고 이는 전 세계 사망자 수의 8분의 1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고 목숨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명하게 드러난다.


인간의 경제 활동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파괴다. 이것은 대기오염과 지구 온난화, 그리고 빠른 사막화를 불러온다. 사막(desert)이란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훨씬 많은 지역으로 전 육지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매력적인 사막이 인류를 위협하는 이유는 사막화(desertification) 때문이다. 사막화의 자연적인 원인은 극심한 가뭄과 장기간에 걸친 건조화 현상이고, 인위적인 원인은 과도한 경작 및 관개ㆍ산림벌채ㆍ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다. 사실 자연적인 원인인 가뭄도 기후변화로 인해 심화되고 있으니 모든 것은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야기된 기후변화로 귀결시켜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가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동해안 강수량은 6.2㎜로 평년 91.3㎜의 고작 7%에 불과했다. 영서지역도 평년의 30% 수준이니 전 국토가 메말라가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습도가 낮을 때 활동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국내에 메르스가 더 빨리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가 가뭄으로 인한 건조한 날씨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의 방식이 지금과 같다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온 매력적인 사막, 낙타와 오아시스가 존재하고 어린왕자가 당장이라도 걸어나올 것 같은 동화 속 사막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푸른 별 지구를 파괴한 대가로 우리는 마스크라는 작은 천 조각에 몸을 맡기며 불안에 떨어야 한다. 입으로만, 머리로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외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하지 않을까.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이다.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ㆍ지구환경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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