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백기사' KCC에 넘기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불법이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정당한 처사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11일 밝혔다.
삼성물산은 전날 KCC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76%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인수와 관련된 삼성물산의 주주명부 폐쇄일은 11일이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적인 합병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과 이사진ㆍ관계자들이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사주가 합병결의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과 이사진, 제일모직의 제휴사인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가 강압적으로 불법적인 합병안을 추진하는 것은 58%(약 한화 7조8500억원)가 넘는 삼성물산의 순자산을 삼성물산 주주들로부터 제일모직 주주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우회 이전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에게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돼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2006년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사건에 있어서 경영권 분쟁시 기존 지배주주에게 자사주를 양도한 사안에 대해 기존 주주들에게 자사주 매수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하지 않아 주주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으므로 자사주 매각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전날 이사회의 자사주 매각 결의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 측은 "이사회 결의는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제고 등 당초의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고,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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