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덮쳤다. 대책없이 감염자 수가 늘고 사망자도 나왔다. 휴교와 휴업에 들어간 전국 학교와 유치원만 1000여곳에 이른다. 메르스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이다. 경기당 평균 1만1256명(4일 기준 268경기 총관중 301만6620명)이 찾는 야구장도 그 가운데 한 곳이다.
야구장에 모인 관중은 바짝 붙어앉아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며 경기를 즐긴다. 땀을 흘리거나 침을 튀는 등 체액을 분비할 가능성도 크다. 바이러스가 옮겨 다니기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근 한화 감독(72)은 "나도 마스크를 챙겼다. 이런 상황에 야구를 해야 해나"라고 걱정했다. 더그아웃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선수도 나타났다.
현장의 우려가 큰데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아직 별다른 대책이나 에방책을 내놓지 않았다. kt는 4일부터 수원 kt wiz 파크를 찾는 관중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수원이 평택과 함께 메르스 최초 발병지역으로 지목된 시기는 지난 1일이었다. 구단의 대응은 선제적이지 못했고 때늦은 감마저 있다.
지난 4일 잠실구장 KIA와 두산의 경기를 앞두고는 프로스포츠 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불법 스포츠도박 추방 캠페인' 홍보대사 위촉식이 열렸다. 경기장 주변에는 행사 30분 전부터 참여를 독려하는 안내방송이 이어졌을 뿐 메르스 확산에 따른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잠실은 메르스의 공포와 무관한 안전지대라도 되는 듯이.
KBO는 방역당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한다. 아직 리그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당장 필요한 조치는 해야 한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홍보와 안내방송, 마스크 배포 등은 당국의 발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미 확인했듯이 '가만히' 있다가는 더 큰 피해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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