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6년내 최저...주가는 배로 뛰어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흔히들 중국 주식시장을 '카지노'라고 부른다. 주가가 경제 상황과 별 상관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올해 1ㆍ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로 떨어졌다. 연율 기준으로 6년만의 최저치다. 그러나 주가는 지난해 중반 이래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양적완화와 재정확대 덕이다. 하지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증시의 랠리가 오래 이어지면서 전형적인 거품이 나타나고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오랫동안 기를 펴지 못한 중국 증시의 대형주들은 지난 1년간의 랠리 끝에 가격이 그나마 적정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많은 은행주는 여전히 해외 동종 업계 주식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판 나스닥'인 차이넥스트(創業板)의 상황은 다르다. 차이넥스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0배로 급성장 중인 기업들 PER의 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거품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잣대가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의 주가 차이다. 특정 기업이 본토와 홍콩에 모두 상장돼도 본토에서는 30% 정도의 프리미엄이 얹혀진 가운데 거래된다. 홍콩 증시에서 한 기업의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려도 투자자들은 본토 시장에서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 중국 증시에 잠시 거품이 생겼다 이듬해 붕괴됐다. 분위기는 지금과 비슷하지만 크게 달라진 게 하나 있다. 과거에 주식 신용거래가 불가능했으나 지금은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1년 사이 신용거래 규모는 배로 늘어 2조위안(약 356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한다. 빚이 증시 랠리를 떠받친다는 것은 랠리가 끝나면 급격한 조정장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증시로 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거래계좌 개설 건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올해 1분기에만 800만 계좌가 개설됐다. 지난 4월 당국은 개인에게 최대 20계좌까지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과거에는 한 계좌로 한정됐다. 이로써 데이트레이드가 용이해졌다. 이후 주(週) 평균 400만 계좌가 개설되고 있다.
중국 증시는 개미들의 전쟁터다. 소액 투자자가 하루 거래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신규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부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년 사이 개설된 계좌 가운데 10만위안 이상 들어 있는 것은 20%도 안 됐다. 하지만 지금은 40%에 이른다. 신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다는 뜻이다.
거품이 터지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코노미스트는 증시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선진국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에서 매도가능한 주식 규모는 GDP의 40%다. 선진국 증시의 경우 100%를 웃도는 게 보통이다. 중국 증시에서 거품이 터져도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증시 랠리가 뚝 끊기면 투자자들의 믿음이 사라져 중국 증시의 발전은 퇴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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