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2%대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성장률 2%대 추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KDI도 이에 합류한 것이다. 더 답답한 것은 정책 당국이 경제 운용 역량이나 긴박감에서 듬직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어제 '201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0.5%포인트 내린 3.0%로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이것도 구조개혁이나 통화ㆍ재정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2%대 후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연초만 해도 올 성장률이 작년(3.3%)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했던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전망치를 내릴 뿐 아니라 하향 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경제상황은 물론 원화 가치 상승 등에 따른 수출경쟁력 하락, 세계 경기의 둔화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를 획기적으로 돌파할 뾰족한 처방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부의 절묘한 정책 운용이 더욱 긴요하다. 그러나 정책당국에 이 같은 경제난국을 헤쳐갈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후 돈을 풀고 3차례나 금리를 인하하는 등 모든 정책 방법을 동원했지만 경제는 여전히 얼어붙었다. 정책당국은 그같은 총력 지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정부의 경제 전망과 판단, 대응은 늘 한발 늦었다. 역량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긴장감도 약해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과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이처럼 마치 제3자인 듯한 태도를 보인 건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급기야 어제 KDI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ㆍ통화ㆍ금융 당국은 서로 핑계대지 마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정책 당국들이 서로 남 탓을 하며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정보분석기업 닐슨이 어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소비 심리와 경제 전망은 2분기 연속 세계 60개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국민들이 그 어느 나라보다 경제상황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정책당국은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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