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민안전처 주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동행 취재기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긴급출동! 긴급출동!"
긴급화재상황을 알리는 방송이 중부소방서 관내에 울려퍼졌다. 방송을 들은 소방관들은 일사불란 하게 출동을 준비했다. 이윽고 지휘차량을 중심으로 펌프차·구급차·순찰차·구조대차량이 줄지어 도로로 향하기 시작했다.
각종 재난·재해 상황에서 골든타임(Golden Time)을 확보하기 위해소방차 길 터주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 상에서 이에 협조하지 않는 차량이 많아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오후 2시 정각 서울시 중구 무학동 서울중부소방서. 이날 기자는 국민안전처가 긴급 화재상황에 대비해 실시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에 동행했다. 이날 훈련은 지휘차량·펌프차·구급차 등 5개 차량이 동원된 가운데 중부소방서~회현사거리~을지로입구~중부소방서에 이르는 7㎞ 구간에서 진행됐다.
출·퇴근시간대가 아닌만큼 생각보다 도로는 혼잡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대표적 혼잡구역인 퇴계로에 접어들자 다소간의 정체현상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올 경우 앞선 차량은 좌·우 측으로 비켜서야 하며, 횡단보도 보행자는 소방차를 피해 잠시 이동을 중지해야 한다. 이날 훈련 과정에서 본 차량 운전자들은 혼잡스러운 도로 상황에도 간격을 좁혀가며 길을 터 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차량들도 있었다. 퇴계로 3가 교차로에서 소방관들이 방송을 통해 "좌회전 차량은 정지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몇몇 차량은 이를 무시하고 제 갈길을 이동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양보가 아니라 의무다", "길을 터 주지 않으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방송이 나왔지만 허사였다.
서인식 중부서 홍보교육팀장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이같은 행위는 처벌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례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병목구간인 회현사거리, 을지로입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을지로입구 사거리에서는 종로에서 회현 방면으로 이동하려는 관광버스·차량들이 경고방송도 무시한 채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통행금지!"를 방송하는 소방관의 목소리도 자연히 높아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통상 화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인명을 구하는데 필수적인 골든타임은 발생시점부터 4~6분까지다. 적어도 5분 안에는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불의 특성상 5분이 지나면 옥내에 소방관이 진입하기 어려워 지는데다, 심정지 환자 등 역시 6분 이내에 응급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목적지인 을지로 입구까지는 12분이 걸렸다. 출·퇴근시간이라면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서 팀장은 "오늘은 길 터주기 훈련의 일환으로 출동한 만큼 다소 천천히 운행했다"며 "실제 (화재)상황 때는 더 빠르게 이동하고, 오늘처럼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관내의 소방센터에서 출동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안전처는 현재 61%(전국기준)에 그치고 있는 소방차 5분내 현장도착률을 2017년까지 67%로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법령개정을 통해 운전자에게 양보요령 교육을 의무화 하고 세부적 단속기준을 마련하는 방안, 불법주정차 차량에 대한 과태료 상향 등이 대표적이다.
이경호 국민안전처 방호팀장은 "소방차 길 터주기를 홍보하고 실전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출·퇴근시간대에 전국 시·도별 1곳의 소방서에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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