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을 3.0%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는 구조개혁, 기준금리 추가인하, 세수달성 등을 전제로 한 것으로, 사실상 2%대 추락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DI는 20일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0%로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3.5%)에서 0.5%포인트 낮춘 것이다.
정부가 작년 국회예산안 제출당시 밝힌 4.0%를 하회하는 것은 물론, 최근 한국은행(3.1%), 국제통화기금(IMF, 3.1%) 전망치 보다도 낮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올 들어 3.7%, 3.3%, 3.1%로 세 차례나 낮췄다.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까닭은 세계경제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수출 부진, 가계부채 확대, 세입여건 악화 등 우리경제의 기초여건이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전망치는 예년과 달리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기준금리가 1~2회 추가적으로 인하되며 ▲세수가 예산상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세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미 노동개혁이 결렬되고 4년 연속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3%대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성태 KDI 박사는 "2%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3%대 중반으로 올라갈 가능성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세입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세수결손이 7조~8조원대로 발생할 경우 성장률은 0.2%포인트 정도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의 경우 1~2회 인하를 전제로 달았다. 다만 하반기 추가인하를 한다해도 실질적 효과를 내기까지 2~3분기의 시간이 소요돼 올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박사는 "성공적인 구조개혁으로 성장률이 올라간다고 보긴 어렵지만, 정책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민간 경제주체들의 위축을 풀어주고 간접적으로 돕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올해 분기별 성장률이 1분기 2.4%(잠정)에서 2분기 2.8%, 3분기 2.9%, 4분기 3.6%로 상저하고형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3.1%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저금리, 저유가로 실질구매력이 개선되면서 일부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수출은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등으로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총 수출은 지난해 2.8%(잠정)에서 올해 1.1%로 부진이 예상됐다. 같은 기간 수입은 2.1%에서 확대된 2.6%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경상수지는 전년(892억달러) 대비 늘어난 1130억달러 내외의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유가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0.5%로 작년 하반기 1.8%에서 대폭 떨어졌다. 내년에는 유가하락 영향이 다소 사라지며 1.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올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2.1% 상승률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1.5%로 상승폭이 축소될 전망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53만명대였던 전년보다는 축소된 30만명대 중후반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와 내년 실업률은 작년과 유사한 3.6%,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KDI는 향후 하방위험으로 이번 전망치의 전제조건이 된 구조개혁, 기준금리 인하, 세입 등을 꼽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 유로존의 경기회복 지체,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이 우리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할 요인으로 지적됐다.
김 박사는 "아직까지 연금 및 노동시장 관련 개혁 등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 못함을 감안할 때 구조개혁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면 금리인하정책도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세입여건이 단기간 내 개선되지 못할 경우 올해도 세입결손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며 "작년만큼 세입결손이 크게 난다면 세입경정 정도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덧붙였다.
KDI는 향후 정책방향으로 추가적인 경기대응보다는 예산집행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현 재정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내수보다 수출 부진이 현 성장세 제약 배경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세수전망을 현실에 맞게 해 세입결손을 막고, 세원확대를 위한 방안을 검토할 것도 강조했다. 비과세, 감면을 정비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 기존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조세부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과감한 지출구조조정도 제안됐다.
통화정책의 경우, 물가안정목표 준수가 첫손에 지적됐다. 김 박사는 "물가안정목표를 3년 연속 하회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한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DTI 등 가계부채와 관련한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가계대출 원리금 분활상환을 유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또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개인간 전세보증금 구조를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개인간 전세보증금 규모는 450조원으로 추정된다. 외환시장 규제완화, 수수료 및 금융서비스 가격체계 합리화, 금융회사의 해외시장 진출 등도 함께 언급됐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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