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구팀 "기존보다 3~4배 저장용량 향상"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성게처럼 뾰족한 표면을 가진 구겨진 공' 모양의 그래핀 분말을 대량으로 값싸게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존 탄소 소재보다 전지 저장용량을 3~4배 향상시킬 수 있어 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것은 성게를 닮은 '뾰족뾰족 그래핀 공'이다. 산화철 입자를 성게 모양으로 식각해 표면적, 전기전도도, 압축-내성 모두 잡을 수 있다.
친환경 전기자동차나 신재생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위한 중대형 전지, 인간 친화적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위해서는 고용량이면서도 신속한 충·방전이 가능한 압축형 전지인 슈퍼커패시터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슈퍼커패시터는 현재 이온전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형 전지로 각광받고 있는데 에너지 밀도가 낮아 오랜 시간 동안 전기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의 손정곤 박사와 이상수 박사팀은 '고밀도 에너지 저장을 위한 산화철 식각 공정을 통한 성게 모양 3차원 그래핀 공 입자'를 제작했다. 그래핀 소재는 전기전도도가 우수하고 기계적 내구성이 높은데다 표면적이 매우 높아 슈퍼커패시터 전극의 이상적 소재로 알려져 왔다.
전지 제조 공정 과정에서 판상 형태의 그래핀은 판과 판사이의 강한 인력에 인해 흑연과 같은 다층구조로 쌓이거나 빈틈없이 뭉치게 된다. 이 때문에 이온들이 다가갈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어 전지 성능이 떨어진다. 많은 연구팀들은 적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래핀의 간극을 넓혀 다양한 3차원 형상의 그래핀 구조로 전지를 구현했는데 빈 공간이 많아져 부피당 그래핀의 양이 줄어들어 전기용량이 낮아지고 에너지 손실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다결정의 산화철 입자는 강한 산을 써서 표면을 녹여내면 성게처럼 뾰족한 모양으로 식각된다. 연구팀은 산화철 입자의 이런 식각현상에 주목해 산화 그래핀 용액을 산화철 입자에 코팅한 후 산화철의 식각 공정과 산화 그래핀의 환원 공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치면 뾰족하게 녹아나가는 산화철의 모양에 맞춰 치밀하게 구겨진 성게 모양의 공 구조 그래핀이 만들어진다. 이 방법은 저렴한 산화철 입자를 녹여내는 간단한 용액 공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저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제조된 그래핀 공은 비표면적과 전기전도도가 높아 전극으로 제작했을 때 무게 당 전기의 저장용량이 400 F/g(Farad, 전기 용량의 국제단위)에 달했다. 이 같은 저장용량은 기존의 그래핀 기반 전자 소자의 부피당 저장용량이 100 F/cm3 이하임을 감안할 때 3~4배 이상의 성능향상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손정곤 박사는 "개발한 성게모양의 그래핀 공은 대량·저가 생산이 가능하고 성능이 뛰어나 차세대 고성능·고압축 전지 개발을 위한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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