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켄마도구치레이디스 최종일 6언더파 폭풍 샷 "아버지 영전에 우승컵을"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는 역시 멘탈."
이보미(27ㆍ코카콜라 재팬)가 약속의 땅에서 마침내 '2위 징크스'를 깼다. 17일 일본 규슈 후쿠오카골프장(파72ㆍ6375야드)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호켄마도구치레이디스(총상금 1억2000만엔) 최종 3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쳐 기어코 역전우승(10언더파 206타)을 일궈냈다. 대회 2연패이자 시즌 첫 승, 통산 9승째다. 우승상금이 2160만엔(1억9600만원)이다.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준우승 행진이었다. 지난 3월29일 악사레이디스토너먼트 연장 세번째 홀에서 파에 그쳐 류 리츠코(일본)에게 우승컵을 넘겨준 게 출발점이다. 이후 야마하레이디스와 KKT배, 후지산케이레이디스까지 '4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며 입술을 깨물었다. 우승 없이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무관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지난주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가 우승한 올 시즌 첫 메이저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전환점을 마련했다. "마지막날 전인지와 동반플레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는 이보미는 "라운드 내내 마음을 졸였던 나와 달리 인지는 즐겁게 플레이를 펼쳤다"며 "나 역시 앞으로는 골프를 즐기자는 다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보미는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1타 차 2위로 출발한 이날은 실제 버디만 6개를 쓸어 담는 퍼펙트 플레이를 과시했다. 3, 4번홀과 6, 7번홀에서 두 쌍의 버디를 솎아내면서 승기를 잡았고, 후반 10번홀(파4)과 13번홀(파4)에서 2개의 버디를 보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오야마 시호(일본)가 4타를 더 줄이며 막판 추격전을 벌였지만 2위(6언더파 210타)에 그쳤다. 한국의 4승째 합작이다.
이번 우승으로 개인타이틀 경쟁에서도 날개를 달았다. 6717만엔으로 상금랭킹 2위 기구치 에리카(일본ㆍ4303만엔)와의 격차를 2400만엔 이상 벌렸고, 올해의 선수 (231점)와 평균 타수(70.59타) 등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이보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난해 9월 이후 첫 우승"이라며 "이제서야 아버지 영전에 우승트로피를 바칠 수 있게 됐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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