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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계열사, 철밥통이 '찬밥통'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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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이미지 때문에 울상…각자도생 방침따라 경쟁 확보 전략

삼성전자 계열사, 철밥통이 '찬밥통' 됐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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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철밥통 끊어진 지가 언젠데…"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이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방지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철밥통' 이미지 때문에 울상이다. 삼성전자 계열사라서 경쟁사에 제품 팔기가 쉽지 않고 삼성전자도 계열사 제품이라고 무조건 써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안팎으로 수심만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ㆍ삼성SDIㆍ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들은 최근 그룹의 '각자도생' 방침에 따라 내부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들 계열사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적게는 50% 수준에서 많게는 70%에 육박하면서 과거 기존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철밥통'이란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다.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잇따른 데다 각 계열사가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오히려 '삼성 계열사'란 배지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 탓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계열사란 이유로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적용도 못 받아 오히려 보호 장치가 없는 셈"이라며 "일반 업체들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해야 할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하도급법은 적용 대상으로 중소기업만을 수급사업자로 인정하고 있어 삼성 계열사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법으로 보호받는 기존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계열사란 이유로 타 협력업체들이 계약을 꺼리는 사업을 나서서 진행해야 할 때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앞으로는 각 계열사의 자체 경쟁력보다 '삼성 프리미엄'만 누려 온 계열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조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각 계열사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영업활동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를 피해갈 수 없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 애플(Apple)사다. 한 예로, 삼성전기는 2010년 애플 제품에 공급하던 전원장치(파워) 부품을 대만 업체에 빼앗긴 이후 5년째 애플사에서 부품 수주를 못하고 있다. 애플의 대표 제품인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 부품도 경쟁사인 LG이노텍이 담당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애플은 품질만 맞춰주면 단가협상 없이 척척 내 준다는 면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고객"이라며 "영업활동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만큼 쉽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중국 등 그 밖의 해외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납품한다'는 이유만으로 삼성 계열사까지 경쟁사로 인식하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계열사들은 결국 '고객 다변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개척이 열쇠라고 생각하고 사업 전략을 이에 맞추고 있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줄이기보다, 협력관계는 유지하는 대신 글로벌 고객 다변화를 통한 외부 실적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의존도가 높다고 해서 캡티브(Captive, 계열사 간 거래) 실적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결국은 글로벌 매출 확대를 통한 비율 조절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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