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난해 여름 가전업계의 최대 이슈는 제습기였다. 지난 2013년 제습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가전회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 들어 불꽃튀는 경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기업간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른 장마'와 덥지 않은 여름탓에 제습기의 인기가 시들해져 버렸다. 각 기업 물류창고에는 아직도 지난해 팔리지 않은 제습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난해 날씨 탓에 쌓인 제습기 때문에 LG전자와 위닉스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이 올해 신제품 출시 대신 재고판매에 주력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전업계에서 제습기 신제품을 내놓은 곳은 LG전자와 위닉스 뿐이다.
LG전자는 최근 인버터 컴프레서 제습기로는 업계에서 가장 큰 용량인 17리터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실내 습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습도를 조절하고, 습한 실내를 빠르게 제습하는 쾌속 제습, 공기청정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LG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제품을 내놓은 것은 제습기 시장에서 선도 자리를 굳건히 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지난해 마른 장마가 지속된 가운데에도, 제습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업계에서 제습기 재고 우려를 많이 하고 있지만, LG는 지난해 제습기 재고량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신제품을 내놓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 동부대우전자, 대유위니아 등 지난해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었던 다른 업체들은 올해 신제품 출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제습기 시장이 침체됐고, 재고 우려도 큰 만큼 올해는 재고 정리와 다른 가전제품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고 제습기가 창고에 아직도 쌓여있는 상황"이라며 "재고 처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단독 제습기 제품 대신, 에어컨에 제습 기능을 갖춘 스마트에어컨 신제품을 내놓았다. 에어컨에 포함된 대용량 제습 기능만으로 소비자들이 충분히 만족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삼성전자 제습기는 지난해 2월 출시모델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역시 최근 가전 신제품 발표회에서 "올해 에어컨 신제품은 날씨와 관계없이 1년 내내 공기청정과 습도 조절을 위해 사용 가능하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에어컨에 포함된 기능으로 소비자가 굳이 여름에만 제품을 사겠다는 생각을 버리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들도 재고를 우선 소진한 후, 올해 장마철 날씨 상황을 보고 제습기 신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고 소진이 급박한 만큼, 5~6월에는 대형 가전제품을 사면 제습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하는 등 '재고 떨이' 이벤트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업체들의 전유물이던 제습기 시장에 대형 가전업계까지 한꺼번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됐다"며 "재고 소진에도 상당한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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