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가치 'SAMSUNG' + 이재용의 가치 'FRESH'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삼성의 경영스타일은 선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사업보국'의 일념으로 기틀을 잡은 뒤 이건희 회장이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를 지향하며 지속가능한 경영가치를 선보인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3대인 이재용 부회장은 1, 2대의 경영 가치를 그대로 계승하며 자신만의 경영가치를 더해 신경영에 준하는 체질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이 회장이 삼성을 맡은 뒤 지금까지 지켜온 지속가능한 경영상의 원칙은 'SAMSUNG'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낼 수 있다. S는 삼성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기술 초격차(Super), A는 디자인 경영(Attractive), M은 제조업(Manufacture)을 부흥시켜 사업보국을 하겠다는 선대 회장의 유지를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강한(Strong) 삼성을 의미하는 S는 이 회장이 오너의 역할을 규정한 '메기론'과 맥이 닿는다. U는 끊임없는 혁신을 뜻하는 유니크(Unique), N은 삼성 특유의 스피디한(Nimble) 경영 스타일과 뜻이 통한다. 마지막으로 G는 이 회장이 스펙이 아닌 융복합 시대에 천재(Genius)론으로 풀어낼 수 있다.
바통을 이어받게 될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핵심 경영 가치로 쌓아왔던 'SAMSUNG'에 새로운 가치 'FRESH'를 더했다. F는 주력 사업과 비주력 사업을 구분하고 그룹 전체의 사업재편에 나선 선택과 집중(Focus)을 뜻한다. R은 존경받는(Respect) 삼성을 위한 윤리 경영, E는 협력사 및 지역 경제, 더 나아가 글로벌 각 나라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Ecosystem)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S에는 과거 패스트 팔로워에서 최고의 이노베이터(Superb)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H는 이 부회장이 본인의 의전까지 없애도록 지시하며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 Horizontality) 관계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이건희 가치 7가지 'SAMSUNG'
S(Super) : 기술초격차=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강조한 부분이 기술 초격차다. 기술 장벽이 높은 반도체 사업의 경우 경쟁사가 1세대 제품을 개발할 때 삼성은 2, 3세대 제품을 함께 개발해 기술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삼성은 22년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A(Attractive) : 디자인 경영= 지난 2005년 이 회장은 이탈리아 밀라노로 사장단을 집결시켜 '디자인 혁신'을 강조했다. 흘깃 제품을 보는 0.6초의 짧은 순간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밀라노 선언'의 요지다. 디자인 경영이 본격화 되면서 와인잔을 형상화 한 보르도TV로 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고 지금은 갤럭시S6로 이어지고 있다.
M(Manufacture) : 제조업으로 사업부국=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전쟁 이후 황폐해진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일으켜 나라에 보은하겠다는 '사업보국'을 위해서였다. 이 같은 의지는 이 회장이 이어받고 지금은 이 부회장에게 전달됐다.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평택에 사상 최대 반도체 라인 만들며 제조업을 부흥시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S(Strong) : 메기론, 오너와 전문경영인 분리= 미꾸라지가 가득한 논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이 오히려 살이 찐다는 것이 이 회장의 '메기론'이다. 이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분담과 맥이 닿는다. 오너가 메기 역할을 해 끊임없이 전문경영인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이를 통해 항상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핵심 경영 가치 중 하나다.
U(Unique) : 혁신, 끊임없는 혁신= 이 회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양에서 질로의 변화를 주도했던 신경영은 물론, 최근에는 제트기가 마하의 속도를 내려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마하경영'을 앞세워 삼성만의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N(Nimble) : 신속한 투자 등 스피디한 경영=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의 업의 본질을 '시간사업'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적기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만이 반도체 사업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많은 전자업계의 경쟁자들이 삼성전자를 두고 민첩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오래 생각하고 행동할 때는 민첩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이다.
G(Genius) :융복합시대 걸맞는 천재론= 흔히 천재라고 하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인물을 연상하지만 이 회장이 말하는 천재는 다방면에 걸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삼성이 여성 인력을 우대하고 지방대 출신 지원자들을 대거 뽑아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SAMSUNG'에 더해진 이재용 가치 5가지 'FRESH'
F(Focus) : 잘 하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뒤 변한 점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잘 하는 사업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실적이 나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단행한 한화그룹과의 빅딜이다. 삼성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ㆍ삼성종합화학ㆍ삼성토탈을 2조원에 한화에 넘겼다. 전자와 금융 등 삼성이 더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10년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으로 정했던 발광다이오드(LED)ㆍ태양전지ㆍ2차전지ㆍ바이오제약ㆍ의료기기 사업도 재점검했다. 이 중 고전하던 LED 조명과 태양전지 부문은 출구전략을 펼쳤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을 잇단 상장시키며 그룹 지배구조도 단순화했다.
R(Respect) : 존경받는 삼성 만들기=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문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농성 등 그동안 삼성그룹을 둘러싸고 불거진 사회적 갈등도 하나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지난해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사가 체결한 기준단체협약을 가결했고, 이에 따라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진행됐던 거리 농성은 41일 만에 해제됐다. 노사 합의안은 사측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요구를 상당부분 포용하면서 성사됐다.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보상문제 해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삼성 측의 공식 사과로 협상이 재개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보상질병의 종류와 보상 대상자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이 부회장은 틈틈이 직업병 문제 등에 대해 "그 문제는 어떻게 됐느냐"며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Ecosystem) : 상생 생태계 조성= 국내 대기업에서 찾기 어려웠던 '상생 생태계' 조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은 삼성이 모든 사업에 손을 뻗쳤다면, 이제는 정리할 부분은 정리하고 창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부분인 지난해 대구와 삼성이 함께 설립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다. 삼성은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자리에 창조경제센터를 설립하고,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 기업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S(Superb) : 패스트 팔로어에서 리더로= 패스트팔로어에서 리더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ㆍ빠른 추격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을 더 이상 패스트 팔로어로 생각지 않는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써 시장을 주도할 '최상의 리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 단순히 잘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비교될 만한 상대가 없는 최상의 제품, 최상의 기술을 갖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한 갤럭시S6에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했고, 평택에도 반도체 단일라인으로는 최대 규모를 투자하며 시장 리더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표방하고 있다.
H(Horizontally) :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구글, 애플 등 글로벌 CEO들과 만나며 이 부회장은 '수평적 조직문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했다. 삼성의 수직적인 문화가 바뀌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본인부터 의전 등의 문화를 바꾸며 철저하게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이 부회장은 공항 출입국 때나 조문 등을 갈 때 별도 수행원 없이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닌다. 스케줄을 따져본 후에 민간 항공기가 편리하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않고 전용기 대신 민간 항공기를 택한다. 이에 따라 삼성의 기업 문화도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인 색상이 옅어지고 형식보다는 실질, 수직보다는 수평 쪽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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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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