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즈드랏스부이쩨(안녕하세요)? 하핫. 오랜만에 제 고향말로 인사를 해봤네요. 저는 '바다의 슈퍼스타'라고 불려요. 물 속에서 엔젤링(도넛 모양의 물거품)을 만드는 것과 예쁜 노랫소리로도 유명하죠. 지금은 고향을 떠나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에 살고 있어요. 이제 제가 누군지 아시겠나요?
저는 러시아에서 온 벨루가(Beluga)에요. 러시아말로 하얗다는 뜻이죠. 편하게 '흰 고래'로 부르세요. 북극해, 얼음 천지인 차가운 물속이 원래 제 집이지요. 태어났을 때는 피부 색깔이 회색인데 클수록 하얗게 바뀝니다. 얼음과 색깔이 비슷해 천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래요.
목소리는 고래 중 가장 예뻐서 '바다의 카나리아'로도 불립니다. 더 놀라운 건 제 표정이에요. 사람처럼 기분 따라 웃고 찡그릴 줄 알죠. 몸매는 또 어떤가요. 북극해에 살기 걸맞은 10~15cm두께의 지방이 몸을 둘러싸고 있어 매끈하게 잘 빠졌지요. 몸값만 수억원,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에서도 단연 '마스코트'로 꼽힌답니다.
아, 제 자랑이 너무 길었나요?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떨고 싶었나봐요. 진짜 제 소개를 할게요. 이름은 벨리, 올해 나이 8살이에요. 같이 살고 있는 벨라, 벨로보다 나이가 4살 많죠. 작년에 한국 어린이 친구들을 만나러 왔는데 그사이 많이 보지 못해 무척 서운했답니다.
러시아에서 한국에 넘어온 건 2013년 5월이에요. 오래됐죠?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이 생긴다고 해서 한국에 왔는데 오픈하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그동안 강릉에 있었어요. 지름 10m 수조에 있다가 지금은 깊이만 6m인 넓은 수족관으로 왔더니 한결 낫네요.
이건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가 강릉에 있는 동안 꽤 시끄러웠대요. 환경단체분들이 우리가 너무 좁은 곳에 있다고 항의하셨다나봐요. 10월에 롯데월드몰에 왔을 때도 마찬가지구요.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 잘 몰랐지 뭐에요? 하여간 전 한창 어린이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죠. 절 보고 어찌나 좋아들 하던지 제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죠. 그런데 절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프라이버시는 좀 지켜주셔야죠! 여자친구 벨라랑 뽀뽀하는 사진이 떡하니 인터넷에 돌더라구요. 부끄럽게 말이죠!
어쨌든 하루 하루 평온하게 살고 있는데 어느날 수족관 물이 센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수족관이 1224t 규모로 워낙 크다보니 잘 몰랐는데 곧 많은 사람들이 몰아닥쳐서 날 찍어대고 내가 사는 집을 살펴보더라구요. 알고보니 수족관에서 물이 조금씩 새고 있었대요. 그래서 2개월 만에 수족관이 다시 어두워졌답니다. 어린이 친구들도 못 만났구요.
대신에 외국 어른들만 잔뜩 나타났어요. 원래 같이 있던 아쿠아리스트가 아니고 미국에서 온 다이버들이 저희 집을 샅샅히 살피더라구요. 수조 내에 방수재 만들고 누수 감지 필름도 만들고...하여간 낯선 사람들이 들락날락 해서 잠도 잘 못잤네요. 공사가 끝난 후에도 놀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죠. 게다가 저희는 물개 친구들과 달리 훈련도 안 받았거든요. 어쩌면 또 살이 쪘을지 몰라요. 흑.
드디어 반가운 소식을 들었어요. 12일이면 아쿠아리움을 다시 대중들에게 개방할 수도 있다네요? 그리워하던 어린이 친구들을 143일만에 만날 수 있겠네요.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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