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3언더파를 만들어라."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ㆍ7215야드)에서 개막한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의 예상 우승 스코어다. 지난 4년간 모두 13언더파 275타에서 챔프가 결정됐다는 게 출발점이다.
바로 최경주(45ㆍSK텔레콤)의 2011년 우승부터다.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동타(13언더파 275타)를 만든 뒤 연장 첫번째홀인 17번홀(파3)에서 기어코 '우승 파'를 잡아내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매트 쿠차와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가 각각 2타 차 우승을, 지난해는 마틴 카이머(독일)가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스코어가 해마다 똑같다는 건 흔한 현상이 아니다. 선수의 기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이 소그래스를 "가장 공정한 코스"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보통 장타와 정타, 또는 페이드 샷이나 드로우 샷 등 특정한 샷을 잘 치는 선수에게 유리한 코스가 있다. 마스터스의 개최지 오거스타내셔널이 대표적이다. 왼쪽으로 꺾이는 도그렉 홀이 9개나 포진해 왼손잡이에게 유리하다.
소그래스는 반면 골프에 필요한 모든 샷을 섭렵해야 우승이 가능하다. 더플레이어스는 1982년부터 PGA투어 본부가 있는 폰테베드라비치에서 대회를 개최해 역사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US오픈이나 디오픈 등 여느 메이저와 달리 같은 코스를 공략한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버디사냥은 녹록지 않다. 피트 다이가 2006년 대대적인 코스 리뉴얼에 나서면서 페어웨이 폭을 좁히고, 러프를 기르고, 곳곳에 벙커를 포진시켜 난코스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렉 노먼(호주)이 1994년 수립한 24언더파 264타라는 엄청난 기록은 더 이상 나올 확률이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시시각각 방향과 세기가 다른 바람과 악천후라는 날씨가 변수로 더해지고, 4라운드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핀 위치도 우승 스코어를 조절하는데 큰 몫을 한다. 우즈는 "아주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날씨와 핀 위치에 따라 75타를 감사해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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