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지배·관리 상태라고 보기 어려워…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회사 업무와 무관한 사유로 휴일에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이인복)는 조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조씨는 2012년 1월 인천의 한 업체 숙소(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숨을 거뒀다. 조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했지만, 불이 나 숨을 거둔 시점은 일요일 새벽이었다. 조씨는 당직 근무 상태도 아니었다.
1심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판단이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비록 망인이 퇴근해 이 사건 숙소에서 머무르거나 잠을 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회사의 지배·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이 사건 화재로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망인이 업무 종료 이후 숙소에서 수면을 취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 사고는 휴일에 사적으로 술을 마신 후 자유롭게 귀가해 잠을 자던 도중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사고가 숙소의 결함이나 사업주의 관리 소홀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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