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8타수 무안타 7삼진. 프로야구 한화의 김회성(29)은 KIA 에이스 양현종(27)에게 약했다. 단, 2015년 4월 29일 이전까지.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양현종을 다시 만난 4월의 마지막 날, 상대전적은 케케묵은 숫자로만 남았다.
김회성은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빠른 공만 기다렸다.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1루 두 번째 타석. 볼카운트 1볼-0스트라이크에서 양현종의 2구째 시속 142㎞ 직구를 잡아당겨 타구를 왼쪽 담장 밖으로 보냈다.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팀도 6-0으로 KIA를 꺾었다.
한화는 정규리그 전적 13승 11패로 SK와 함께 공동 4위에 오르며 기분좋게 5월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김성근 감독(72)의 고민도 적잖았다. 특히 5·6번 타순에서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은 5번 타순에 김경언(32)과 최진행(29)을 번갈아 기용하며 자구책을 찾았다. 특히 6번 타순에서 김 감독의 갈증을 해소해준 선수가 김회성이었다. 올 시즌 성적은 스물세 경기 타율 0.250 4홈런 8타점 11득점. 그러나 최근 열 경기에서는 타율 0.324 4홈런 8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5번(타율 0.125 홈런·타점 없음)과 7번(타율 0.222 홈런·타점 없음) 타순에서는 부진한 반면 6번에 와서는 타율 0.282 3홈런 7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김 감독도 “우리가 유독 6번 타순이 약했는데 김회성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회성의 두 가지 변화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낳았다. 이전까지 김회성은 타격을 할 때 허리와 하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오직 힘만으로 투수와 상대하려고 했다. 김회성은 김 감독에 ‘특타’(특별 타격훈련)를 받으며 허리 회전을 이용한 스윙과 공을 맞히는 지점을 앞쪽에 두는 훈련에 집중했다. 스윙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공격적인 승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뻑뻑하던 스윙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타구의 질과 비거리도 개선됐다. 김회성은 “허리를 이용하니 팔 동작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며 “감이 좋아지면서 타석에서 공을 보기가 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김회성은 지난해까지 존재감이 큰 선수는 아니었다. 2009년 한화에서 데뷔해 지난해 쉰아홉 경기에서 올린 타율 0.236 6홈런 18타점이 최고 성적이다. 그렇지만 올 시즌은 6번 타자 겸 3루수로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는 “주전으로 경기에 더 많이 나가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우리팀도 이제는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에 적응하고 있다. 한 경기를 지면 선수단 전체가 많이 아쉬워한다”며 “지금의 팀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김회성은 1일부터 대전 홈에서 롯데와 주중 3연전을 한다. 빈볼 논란 속 올 시즌 첫 벤치 클리어링(4월 12일 사직구장) 이후 19일 만에 열리는 재대결이다. 김회성은 올 시즌 롯데를 만난 세 경기에서 홈런과 타점 없이 타율 0.333(3타수 1안타)를, 대전 홈에서는 열한 경기 타율 0.286(28타수 8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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